• [한편의 시] 밥 한 톨
  • - 가톨릭 거리전교/기도운동을 보며 - 북한의 저항작가 "반디"를 위해 기도하다..

  • 밥 한 톨                               - 김 재 홍 -

    북녘 땅에 신앙의 자유를 요구하는
    명동대성당 집회를 기다리며
    육개장 사발면 하나와
    햇반 작은 것 하나 사서
    뜨끈뜨끈하고 맛있게 먹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전자레인지는 편의점 것이 제일 좋다 생각하며
    혈압약까지 잘 챙겨 먹었다.


    해월 선생은 사람이 하늘이라고
    사람 살리는 게 밥 한 술이라고 외쳤는데
    밥알 한 톨이 이 틈에 끼어 빠지지 않는다.


    이것도 밥이라 뱃속에 넣으려
    이리저리 혀를 놀리다가
    "걸친 것은 누데기 얼굴이야 까마귄데
    꽃제비라 우리 이름 어이 이리 고울까"*
    하는 북녘 시를 읽다가,


    배고프면 죽는다는 사실,
    못 먹으면 죽는다는 사실,
    밥을 먹듯 말씀을 먹고
    새벽마다 기도하던 사람들이
    백 년 오십 년 십 년 이미
    모두 모두 죽었다는 사실을..


    * 시집 <붉은 세월>과 소설집 <고발>을 쓴 재북 작가 반디의 시 <꽃제비 노래> 중에서

  • 글쓴날 : [23-05-1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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