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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새 교황 선출 알리는 흰 연기 |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의 운명을 결정할 중대한 순간이 도래했다. 제267대 교황 선출을 위한 비밀회의, 이른바 콘클라베(Conclave)가 현지시간 7일부터 바티칸 시국 시스티나 성당에서 시작된다.
라틴어로 ‘열쇠로 잠근 방’을 뜻하는 ‘콘클라베’는 13세기부터 시작된 교황 선출 전통으로, 80세 미만 추기경들이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투표를 통해 교황을 결정하는 비밀회의다. 이번 콘클라베에서는 133명의 추기경이 투표에 참여한다.
첫날인 7일 오전에는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특별미사를 봉헌한 뒤, 오후에 시스티나 성당으로 이동한 추기경단은 비밀 서약과 함께 모든 외부인을 퇴장시킨 뒤 문을 잠그며 사실상 ‘세상과 단절’된다. 이제 전통에 따라 하루 최대 네 차례의 투표가 반복되며, 추기경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은 후보가 나오기까지 투표는 계속된다.
투표 결과는 시스티나 성당 지붕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로 알려진다. 검은 연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신호이며, 희고 맑은 연기가 피어오르면 새 교황이 선출됐음을 의미한다. 바티칸 광장에 모인 가톨릭 신자들과 전 세계는 바로 그 '하얀 연기'를 숨죽여 기다리게 된다.
역사적으로 콘클라베는 짧게는 이틀, 길게는 수년이 걸린 사례도 있다. 13세기 클레멘스 4세 후임 선출에는 무려 2년 9개월이 소요되었고, 이로 인해 시민들이 성당을 봉쇄한 사건이 오늘날 콘클라베의 어원이 되었다.
이번 교황 선출은 단순한 인물 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개혁 유산을 계승할 것인지, 아니면 전통적 가톨릭 교리를 복원하려는 보수적 방향으로 돌아설지가 최대 관심사다.
유력 후보로는 현 국무원장이자 이탈리아 출신의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독일의 보수 대표주자 게르하르트 뮐러, 헝가리의 법학자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 그리고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로 불리는 필리핀 출신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이 거론된다.
이번 콘클라베는 지역의 균형과 이념의 충돌이 맞물리며 전례 없이 치열한 표심 경쟁이 예상된다. 유럽 출신 추기경이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고르게 임명해온 아시아·아프리카 등 비유럽권 추기경들이 과반을 넘어서며 세계교회의 중심이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교황 선출이 확정되면 추기경단 단장은 즉시 새 교황에게 수락 의사를 확인하고, 이름을 정한 후 "하베무스 파팜(우리에게 교황이 있습니다)"라는 선언과 함께 새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어 전 세계를 향한 첫 사도적 축복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가 선포된다.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그 순간, 가톨릭 교회는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연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