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와의 화해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가 우려하는 핵 위기 가능성을 다소 누그러뜨리는 동시에, 전쟁 종식의 실마리에 대한 신호로도 해석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방송이 방영한 다큐멘터리 ‘러시아, 크렘린, 푸틴, 25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앞으로도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세력은 우리가 실수를 하도록 유도하고 도발했지만, 러시아는 충분한 힘과 수단으로 전쟁을 논리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푸틴이 지난해 11월 서명한 러시아 핵 독트린 개정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당시 개정안은 재래식 무기 공격에 대해서도 핵무기 사용을 허용할 수 있는 기준을 명문화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웠다. 이번 인터뷰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정제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푸틴은 또한 우크라이나와의 관계 정상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금은 어려운 시기이지만 화해는 결국 시간 문제일 뿐”이라며 장기적인 평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전쟁의 전환점이나 구체적인 종식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크림반도 합병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푸틴은 2014년 당시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 시점엔 러시아가 서방 전체와 맞붙을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고 밝히며, “민스크 합의를 통해 돈바스 지역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크림반도 합병이 “주민 보호를 위한 정당한 조치”였다고 강조하며 서방의 대응을 “음흉한 행동”이라 비판했다.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에 대해서는 “우리는 이웃으로서 건설적이고 좋은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오늘날 러중 관계는 전략적 성격을 띠며 양국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례적으로 차기 지도자 문제에 대해 입을 연 푸틴은 “항상 후계자에 대해 생각해왔으며, 결국 선택은 국민에게 달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사람은 중대한 일을 할 수 없다”고 덧붙이며, 차세대 지도자군이 준비되어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발언은 러시아 대선과 국제사회의 전쟁 중재 움직임, 미국과 유럽의 대러 제재 지속 등 다양한 복합 정세 속에서 나온 것으로, 향후 우크라이나 전황 및 외교 지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