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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 |
바티칸 시국의 밤하늘을 가른 건 교황 선출의 환희가 아닌, 다시금 반복된 기다림의 검은 신호였다.
현지시간 7일 밤 9시,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에서 피어오른 검은 연기는 새 교황 선출이 무산되었음을 의미하며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천 명의 숨죽인 희망에 잠시 쉼표를 찍었다.
“네로, 네로!”—검은색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외침과 함께 광장을 가득 메웠던 신자들과 방문객들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반나절 가까이 햇볕과 싸우며 자리 잡았던 이들의 발걸음은 곧 물러섰지만, 그 표정에는 실망보다는 경건함과 묵직한 여운이 스며 있었다.
▣ “흰 연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
오후 6시까지 비교적 한산했던 광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파로 붐볐다. 처음에는 반신반의로, 곧 가슴을 졸이며, 시스티나 성당의 작은 굴뚝에 시선을 고정한 채 사람들은 소망을 품었다.
망원렌즈를 들이대는 관광객부터 스마트폰 줌 기능을 한껏 활용하는 순례객까지, 모두가 ‘흰 연기’를 기다리는 눈빛이었다.
슬로바키아, 폴란드 국기를 흔드는 이들, “혹시 우리나라 출신의 교황이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은 광장을 국제적 기도의 장으로 바꾸어 놓았다.
예정된 발표 시각이 지나고 8시가 되자, 갑작스러운 박수갈채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추기경들을 향한 독려의 표현이었다. 누가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박수는 묵묵히 성당 안에서 역사적인 투표를 이어가고 있을 추기경단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의 소리였다.
▣ “검은 연기, 그러나 희망은 이어진다”
어둠이 내려앉고 밤공기가 쌀쌀해질 즈음, 마침내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기대와 두려움이 엇갈린 침묵 속에 확인된 연기의 색은 검은색. 교황 선출이 첫날에는 무산됐다는 신호였다.
그 순간에도 사람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침묵 속에 탄식을 흘리며 서서히 자리를 떠났다. 콘클라베의 첫날, 새 교황을 만나지 못했지만, 그 순간을 함께한 데 의미를 두며 광장을 빠져나갔다.
▣ “기다림은 계속된다”
시스티나 성당의 작은 굴뚝이 내뿜는 연기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와 신앙의 교차점에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전해지는 상징적 메시지다.
검은 연기는 부정이 아니라 준비의 시간이다. 흰 연기가 하늘을 수놓는 그 순간까지, 사람들은 다시 내일도 광장을 찾을 것이다.
교황 선출을 향한 인류의 시선은 여전히 시스티나 성당의 하늘 끝, 그 작은 굴뚝을 응시하고 있다.
“내일엔, 흰 연기이기를..”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