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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 '레오 14세' |
가톨릭 역사상 최초로 미국 출신의 교황이 선출됐다. 이름은 ‘레오 14세’.
추기경단은 현지시간 8일, 콘클라베(비밀선거)를 통해 미국 시카고 태생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을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콘클라베 개막 이틀 만이자, 네 번째 투표에서 나온 결정이다.
레오 14세는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소속으로, 미국 국적을 갖고 있지만 페루 빈민가에서 20년 넘게 선교사로 헌신한 이력으로 ‘페루의 프란치스코’로도 불려왔다. 실제 그는 2015년 페루 시민권을 얻고 같은 해 페루 대주교로 임명된 바 있다.
바티칸 대성전의 강복 발코니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그는 이탈리아어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La pace sia con tutti voi)이라는 짧고 상징적인 첫 발언을 했다.
이어 스페인어로도 같은 말을 전했지만, 영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그가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으로 불리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의 교황명 ‘레오 14세’는 19세기 말 노동권과 사회 정의를 강조했던 ‘레오 13세’의 유산을 계승하는 뜻으로 알려졌다.
교황청 마테오 브루니 대변인은 “이 이름은 현대 가톨릭 사회 교리에 대한 분명한 언급이며, 교회가 AI 시대의 인간 삶과 노동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2023년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임명돼 주교 인사에 있어 여성 투표단을 최초로 도입하는 개혁을 주도해온 중도 성향의 인물로 평가받는다.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에 능통한 그는 교황청 개혁과 교회 내 보수-진보 간 균형에 있어 조화로운 접근이 기대된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그가 미국 최초의 교황이라는 사실은 정말로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레오 14세 교황을 만날 날을 고대한다”고 축하를 전했다.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는 9일 시스티나 성당에서 열리며, 첫 공식 축복 메시지는 11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전 세계에 선포된다. 12일에는 바티칸에서 전 세계 언론과의 첫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전례와 전통, 개혁과 균형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갈 레오 14세의 여정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