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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5월 8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장시간 회담을 가진 가운데, 중러 양국은 “신시대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한층 강화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회담은 단순한 양자 우호를 넘어서 반미 전선을 명확히 하는 전략적 조율의 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을 “오랜 친구”로 지칭하며, “일방주의와 강권 횡포가 만연한 세계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손을 맞잡고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렘린궁은 시진핑 주석의 방문을 환영하는 고위급 행사를 열며, 중러 양국이 점점 긴밀해지는 협력 기조를 드러냈다.
양국은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국제법 수호, 글로벌 전략적 안정 유지, 생물안보, 투자 보호, 문화 및 영화 교류 등 20여 개 분야에 걸친 협정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시진핑 주석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문은 중러 관계에 있어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며 “양국은 정치적 신뢰와 실질 협력을 전면적으로 심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시 주석은 “세계의 변화, 시대의 변화, 역사의 변화 속에서 중러는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야 한다”며 “중러 협력은 세계 평화에 안정성을 주입하는 핵심 기둥”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입장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양국의 공동 입장에는 미국과 NATO에 대한 간접적 비판이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장자잉 부교수는 “공동성명에는 정전 조건에 대한 명확한 언급은 없지만, 미국이나 나토가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며 “중러는 유럽에 ‘평화를 원한다면 중국을 경유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대만 정치대학 송궈청 연구원은 “시진핑이 반복적으로 항일전쟁 시절의 중러 우정을 강조한 것은 현재의 러시아에 대한 지지를 정당화하려는 포석”이라며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사실상 용인하며, 중러 연합의 항미 구도를 한층 격상시키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시 주석은 외부 세력의 방해를 우회적으로 언급하며 “중러 협력은 외부 간섭 없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 발언이 미국,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과 그에 따른 반중 압박 재편 전략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송 연구원은 “시진핑은 트럼프가 푸틴과 손잡고 중국을 포위하는 시나리오를 가장 우려하고 있으며, 이번 공동성명은 이에 맞선 ‘연러 항미’ 전략의 업그레이드”라고 평가했다.
중러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일정 이상의 무게를 지니며, 앞으로의 국제 질서 재편 과정에서 중러 연합이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