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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의 반지' 착용하는 레오 14세 교황 |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가 18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성대한 즉위 미사를 통해 교황직의 시작을 전 세계에 선포했다.
이날 미사에는 전 세계 200여 개국의 정상급 대표들과 주요 종교 지도자, 수만 명의 신도들이 운집해 새로운 교황의 출범을 축하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즉위 강론에서 “세계가 직면한 불화와 고통의 원인에는 증오와 편견, 불평등한 경제 구조가 있다”며, “가난한 이들을 외면하지 않는 교회, 화합과 단결의 교회가 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사랑은 선전의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목적”이라며 타종교, 타문화에 대한 존중과 협력을 강조했다.
▣ 성 베드로 광장에 울려 퍼진 새 교황의 첫 기도
오전 9시 7분, 전용 차량인 '포프모빌'을 타고 성 베드로 광장에 등장한 레오 14세는 환호하는 신자들을 향해 미소와 인사를 건넸고, 유아들의 이마에 축복의 입맞춤을 전하며 따뜻한 리더십을 선보였다.
곧이어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무덤에서 초대 교황 성 베드로에게 참배한 그는, 추기경단과 함께 장엄한 성가와 기도 속에 광장 제대에 올랐다. 라틴어로 시작된 미사에서 교황은 전통적인 ‘팔리움’과 ‘어부의 반지’를 착용하며 공식적인 교황 직무의 시작을 선언했다.
▣ 전통과 개혁의 조화…교회의 일치를 위한 상징적 제의
팔리움은 선한 목자의 사명을, 어부의 반지는 성 베드로로부터 이어지는 교황권의 상징이다. 레오 14세는 이를 착용하며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표정을 보였고, 교황직의 무게를 깊이 인식하는 듯했다.
이어지는 예식에서는 12인을 대표하는 교회 구성원—추기경, 주교, 사제, 수도자, 평신도 부부, 청소년 등이 교황 앞에서 복종을 서약하며 교회의 일치를 상징했다. 이는 레오 14세가 강조한 ‘통합된 교회’를 향한 상징적 시작으로 읽힌다.
▣ 전임자 프란치스코와의 연속성…사회 정의·환경 문제 강조
강론에서 그는 교회의 전통적 신앙을 중시하는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과 자신이 이름을 따온 레오 13세의 유산을 잇겠다고 선언했다. 사회적 정의와 환경 보호, 경제적 약자의 권리를 앞세운 이들은 모두 “예수의 방식, 사랑의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세상은 여전히 지나친 경제적 불균형과 자연 착취, 문화적 편견으로 인해 상처받고 있다”며 “우리는 차이를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존중하는 단결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세계 각국 인사 총출동…한·미·우크라이나 등 눈길
이날 미사에는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 등 유럽 주요 지도자와 함께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 이스라엘 대통령 이츠하크 헤르조그도 참석했다.
미국 부통령 J.D. 밴스와 페루의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도 자리했고, 이들은 교황의 미국·페루 이중국적 배경과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단장으로 참석한 경축사절단과 함께 염수정 추기경, 정순택 대주교 등 천주교 지도자들이 함께했다.
특히 밴스 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짧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언론의 관심을 끌었는데, 이는 과거 백악관 설전 이후의 첫 공개 접촉이었다.
▣ “평화의 누룩이 되는 교회 되겠다”…세계 신자 열광
3시간여 동안 이어진 미사 동안 성 베드로 광장은 전 세계에서 모인 신자들로 가득 찼다. 광장에는 성조기, 페루 국기, 태극기를 비롯한 다국적 국기가 나부꼈고, 로마 경찰은 드론 차단장비와 저격수 등을 동원해 치안에 만전을 기했다.
미사 종료 후, 교황은 다시 대성전으로 입장해 각국 사절단과 인사를 나누며 첫 외교적 소통을 시작했다. 신자들은 “희망의 시대가 다시 열렸다”, “레오 14세 교황은 세계의 화해를 이끌 인물”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역사적 순간을 함께했다.
“우리는 모두 사랑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단결과 화해의 누룩이 되어 이 시대의 불화와 상처를 치유합시다.” - 레오 14세 교황 즉위 강론 중에서 -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