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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통화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 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양국 간 직접 협상의 지속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나 기대됐던 즉각적 휴전이나 정상회담 등 실질적 진전은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시간여에 걸친 통화 직후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즉시 시작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조건은 당사국 간 협상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러시아는 전쟁 이후 미국과의 대규모 무역 확대를 원하고 있으며, 이는 막대한 일자리와 부를 창출할 잠재력을 갖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역시 국가 재건 과정에서 무역의 큰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레오 14세 교황이 바티칸을 협상 장소로 제안한 점을 언급하며 “교황청이 평화 회담 개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절차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미국과 유럽 지도자들이 레오 14세 교황의 제안을 논의했으며,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고 밝혔다. 바티칸이 중재자로 나설 가능성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푸틴 대통령 역시 이날 통화를 “매우 유익하고 솔직했다”고 평가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측에 평화협정의 초안을 담은 ‘각서’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각서에는 휴전 가능성, 평화협정 체결 일정, 위기 해결 원칙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적절한 합의에 도달하면 휴전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와의 직접 회담은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주장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진정한 평화는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할 때 가능하다”며 서방의 군사 개입과 NATO 확장 문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내놨다. 러시아 측은 이번 통화에서 미러 양국 간 수감자 맞교환, 관계 정상화, 향후 정상회담 가능성도 논의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측 모두 긍정적인 분위기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휴전이나 종전에 대한 구체적 합의는 아직 요원하다는 평가다. 이미 양국은 1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실무급 협상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결실 없이 회담은 종료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통화가 외교적 모멘텀을 재확인한 수준에 그쳤다”며 “정상회담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또다시 협상이 공전할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물론 EU,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에게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협상 개시 계획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의견을 나눴다고 보도했다.
전쟁이 3년째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바티칸의 중재 가능성과 미러 정상 간 직접 대화 재개 여부가 향후 평화 협상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