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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회의가 열리고 있는 유엔 총회 현장 |
뉴욕 유엔본부에서 5월 20일(현지시간) 열린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에서 북한의 조직적 인권 침해 실상이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국제사회에 낱낱이 고발됐다. 유엔총회 차원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정식 의제로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회의는 유엔총회가 지난해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에 따라 열렸으며, 필레몬 양 유엔총회 의장의 주최 하에 시민사회 전문가, 인권활동가, 유엔 고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특히 탈북여성 2명이 직접 연단에 올라 증언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김은주 인권운동가는 11살에 가족과 함께 굶주림을 피해 탈북했지만,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인신매매로 고통을 겪은 경험을 소개하며 “오늘날 북한 청년들이 러시아 전선에서 현대판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녀는 “그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 채 김정은 정권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탈북여성 강규리 씨는 “북한에는 여전히 외부 정보 없이 고립된 수백만 명의 주민이 존재한다”며, 5살 시절 할머니의 토속신앙 실천으로 온 가족이 시골로 추방된 경험을 언급했다. 그녀는 “북한에서 허용되는 유일한 신념은 김씨 일가의 세습을 정당화하는 주체사상뿐”이라고 일갈했다.
강씨는 특히 코로나19 이후 봉쇄 조치가 인권 탄압의 핑계가 되었다고 지적하며 “단지 한국 드라마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제 친구 세 명이 처형당했다. 그중 두 명은 아직 10대였다”고 말해 청중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북한의 인권 침해가 동북아를 넘어 중동·유럽까지 불안정과 폭력을 수출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란과 협력해 무기를 테러조직에 공급하고 있다”며 북한의 인권 문제가 곧 국제 안보 문제임을 역설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역시 “북한은 5년 이상 외부와의 완전한 단절 속에 놓여있다”며, 국경봉쇄와 표현의 자유 제한, 노동권 침해 등을 비판했다.
유엔 인권담당 부사무총장 일제 브랜즈 케리스는 800건 이상의 증언을 기반으로 한 북한인권 데이터 저장소의 존재를 소개하며 향후 책임추궁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보이스의 션 정 대표는 “북한의 인권 침해는 단순한 인권 문제가 아닌 무기 개발의 동력”이라며, 북한 인권과 안보 위협을 동시에 다루는 유엔 내 독립 조사기구 설립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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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 발언하고 있는 김성 북한 대사 |
그러나 이에 대해 북한 김성 주유엔대사는 “오늘 회의는 책략과 조작의 결과”라며 회의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탈북자들을 “인간쓰레기”라 지칭하는 등 도를 넘는 막말을 쏟아냈다. 또한 인권 단체들을 "적대세력의 하수인"이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탈북자들의 증언은 북한의 잔혹함을 반박할 수 없는 증거로 제시한 것”이라며, “북한의 인권 문제와 핵무기 개발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권이 개선되면 핵 개발도 멈추고, 그것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를 통해 북한 인권문제가 국제사회에서 단순한 인도적 이슈를 넘어 안보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향후 유엔의 실질적 대응과 북한 주민들의 인권 회복을 위한 국제 연대가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