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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당국에 항의하고 있는 학부모들 - 독자 제공 |
중국 허베이성 난궁시에서 사립 초등학교의 강제 폐쇄 시도로 인해 수천 명의 학부모가 시 정부를 상대로 집단 항의에 나서며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11일 난궁시 경제개발구에 위치한 ‘펑이 초등학교’의 폐쇄 소식이 전해지자, 이에 반발한 학부모들이 시청 앞에 집결해 항의 시위를 벌였다.
현지 SNS와 해외 소셜 플랫폼에 게시된 영상에는 분노한 학부모들이 “동의하지 않는다”, “지도자가 나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아이들의 교육권 보장을 촉구하는 장면이 담겼다. 일부 학부모는 "적어도 현재 다니는 학생들이 무사히 졸업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시위는 당일 밤늦게까지 이어졌고, 당국은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 병력을 대거 투입하고 교통 통제 및 시청 조명 차단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난궁시 정부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입장을 발표해 “펑이 초등학교는 폐쇄되지 않을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단순한 지역 갈등을 넘어,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의 민간 교육 억제 정책이 빚은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 사립학교 급감…4년 새 2만 곳 폐쇄
중국 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전국 교육 사업 발전 통계 공보》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전국에서 사립학교가 누적 2만 개 이상 사라졌고, 2023년 한 해에만 약 1만 1천 개가 폐쇄됐다. 의무교육(초중등) 단계의 사립학교도 425곳이 줄었고, 재학생 수는 134만 명 이상 감소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배경에는 정부가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 통제라는 목표 아래 추진 중인 교육 개혁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사회 곳곳에서 정책의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 학부모들은 왜 사립을 고집하나
난궁시 학부모 야오리(가명) 씨는 “공립학교는 등록금이 없지만, 교사의 역량, 교육 환경, 관리 방식 등 모든 면에서 사립학교가 낫다”며 “돈이 들더라도 아이를 더 나은 환경에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은퇴한 교사 가영령 씨 역시 “출생률 저하로 공립학교가 입학자를 채우지 못해 문을 닫는 일이 늘고 있다”며 “사립학교를 줄이면 공립학교로 학생을 유도할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선 유리한 구조”라고 분석했다.
▣ 정책적 긴장, 교육 불안으로 전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립학교 폐쇄 조치가 학부모의 불안과 사회적 갈등을 자극하고 있으며, 단기적인 행정적 대응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도시 외곽이나 교육 소외 지역에서 공립학교의 질이 낮은 상황에서는 사립학교의 역할이 여전히 절실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 교육 전문가는 “정부는 교육 자원 배분의 형평성을 강조하지만, 부모들은 아이의 당장 미래를 위해 질 높은 교육을 원한다”며 “이 간극을 줄이지 않는 한, 비슷한 충돌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