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지 말아주세요"…보라매공원에 울려퍼진 물망초의 염원
  • -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기억하는 ‘세송이물망초의 연못’ 공개
  • 보라매공원에 조성된 세송이물망초의 연못
    서울 보라매공원에 조성된‘세송이물망초의 연못’

    서울 보라매공원이 ‘기억의 정원’으로 변신했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한창인 이곳에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의 송환을 기원하는 특별한 예술 공간, ‘세송이물망초의 연못’이 23일 저녁 공개됐다. 통일부가 주관한 이날 개막식에는 예술과 인권, 평화의 메시지가 어우러졌다.

    ‘세송이물망초의 연못’은 투명한 유리나 아크릴 위에 이미지를 그려 표현하는 윈도 페인팅 기법으로 제작됐으며, 물망초 세 송이를 형상화한 이 작품은 수십 년간 이산의 고통을 겪고 있는 가족들의 마음을 상징한다. 작품은 설치미술 작가 나난(Nanan)의 손을 거쳐 시민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나난 작가는 “세송이물망초의 연못이 억류자 가족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며 “이 공간을 찾은 시민들 역시 이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작품 주변에서는 2014년 북한에 억류된 최춘길 선교사의 아들 최진영 씨의 메시지가 담긴 오디오 해설이 제공되어 관람객들의 마음을 더욱 울렸다. 스마트폰을 통해 누구나 들을 수 있도록 구성된 이 해설은 ‘잊히지 않도록’이라는 주제를 더욱 깊게 각인시켰다.

    이날 개막식에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 제임스 히난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소장 등이 참석해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강조했다. 또한 소프라노 김은경 씨는 기념 공연을 통해 연못 위로 물망초처럼 잔잔하게 퍼지는 노래를 선사하며 관람객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김영호 장관은 "대한민국 정부는 납북자와 억류자, 국군포로 문제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이 연못을 통해 더 많은 시민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함께 기억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세송이물망초의 연못’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과거를 기억하고 평화를 소망하는 시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상징적 공간으로 남을 전망이다. 보라매공원을 찾는 이들은 이제 자연과 함께, 잊힌 이들을 되새기는 마음의 여정을 함께하게 된다.

    김·도·윤 <취재기자>
  • 글쓴날 : [25-05-24 08:16]
    • 김도윤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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