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르포] 러시아에 굽신대는 북한 김정은
  • - ‘김일성’ 없었다면 ‘조선’도 없어 아닌 러시아 전승절 치켜 세워
    - ‘조국해방론’ 벗어난 김정은식 ‘사대주의’에 주민 반응 의아
  • 러시아 전승절 군사 프레이드
    러시아 전승절 군사 프레이드

    최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친러시아 행보를 두고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통적인 우호 관계였던 중국이 이를 어떻게 보고있으며, 어떤 판단을 하느냐도 관건인데요.

    우크라이나 전쟁 참가의 대가로 무기 기술이전과 함께 상당한 이익을 위한 북한으로서는 기댈 곳이 러시아밖에 없다는 전략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런 와중에 김정은 위원장이 소련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전승절) 80주년을 맞아 9일 오전 딸과 함께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했는데요. 여기에서 행한 연설이 주목되는 가운데 너무 사대주의적 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재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대주의라는 것은 작은 나라가 이웃의 큰 나라에게 기대어 굴종 내지 비굴하게 굽신거리는 외교를 한다는 것을 말하는데요.

    북한은 오늘 이 시간, 전승절을 맞아 평양주재 러시아대사관을 찾아 행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 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에서 한 연설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이 연설에서 그는 러시아의 전승절 없이는 조선의 해방도 없었다는 발언을 해 북한 내부의 기존 선전에 정면으로 배치된 메시지를 내놓았다는 평가입니다.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 북한의 기존 역사 서술은 철저히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조국해방론’에 기반합니다. 이것의 핵심은 뭐냐하면 김일성이 없었다면 오늘의 조선도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번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러시아 전승절이 없었더라면 조선 해방도 없었을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이는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충격적인 메시지이며, 외부에는 러시아에 대한 사대주의적 태도를 드러낸 파격적인 행보로 해석됩니다.

    러시아 전승절을 맞아 러시아 대사관을 찾은 김정은
    전승절을 맞아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찾은 김정은

    2. 김정은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이 북한 체제 이념과 충돌하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 북한은 오랜 기간 ‘주체사상’을 사회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아왔습니다. 자주·자립·자위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외세 의존을 부정해왔는데, 최근 연설에서 “강력한 러시아와 동맹을 맺은 것을 영광”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 자체로 사대주의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주체사상에서 말하는 주체조선과는 모순되는 외교 메시지죠.

    물론 다른 나라의 축하행사에 참석하여 덕담으로 이같은 발언을 할 수 있겠지만, 한 나라의 정체성까지 혼돈케하는 발언을 한 것은, 지금 북한의 상황, 다시말해 러시아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지탱하기조차 어려운 처지를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이렇게 봅니다.

    3. 그렇다면 북한이 이처럼 친러 행보를 강화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텐데요. 상호간의 반대급부도 있을 것 같은데요.

    - 맞습니다. 핵심은 파병에 따른 반대급부입니다. 북한은 러시아의 전쟁에 인력이나 자원을 제공하고 있고 앞으로도 전쟁이 멈추지 않는 한 할 지속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에 대한 대가로 첨단 무기기술, 에너지, 식량 지원, 현금 등 실질적인 이익을 받고 있고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죠. 따라서 김정은의 연설은 푸틴 정권에 대한 일종의 ‘선제적 충성 메시지’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하나는 ‘핵무력정책’에 대한 지원일 것입니다. 북한은 제재하에서도 핵 능력 고도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러시아로부터의 기술·자재 이전, 군사 자문 등이 이뤄질 경우 전략적으로 큰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생존 전략과 직결된 핵심 사안이기에 여기에 목을 메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 모습

    4.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에 불참하면서 방러의 가능성도 있다구요.

    -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의 이번 불참은 전략적 판단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방러(訪露) 카드’를 아끼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전승절 참석은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할 수 있지만, 실제로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보다 큰 상징성과 실익을 가질 수 있습니다. 러시아가 약속한 지원을 확실히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한 협상 카드로 남겨둔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5. 그렇다면 중국의 생각이 좀 복잡해질 것 같아요. 북한의 친러 행보를 어떻게 바라볼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 중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지나친 친러 기조는 ‘전략적 독자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북중러 3각 공조보다는, 북러 밀착으로 인해 중국이 소외되는 상황은 중국으로서도 달가울 리 없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일정 수준 이상의 ‘친러 사대’가 지속될 경우 북한을 견제하거나 균형을 맞추려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의 분기점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휴전 내지 종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지금까지는 좀 느슨하게 진행되는 듯 했는데, 최근들어 좀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 한반도 르포에서는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의 KBS한민족방송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과 북한내부의 인권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 글쓴날 : [25-05-26 08:40]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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