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6] 미국은 신조(信條)의 국가인가? ①
  • 데이비드 P. 골드먼 David P. Goldman is deputy editor of Asia Times and a Washington Fellow of the Claremont Institute.

  • 모든 문명은, 모든 개인이 그렇듯, 결함을 지니고 있다. 교회와 제국이 이루어 낸 기독교 문명에도 흠이 있었고, 유럽의 종교 전쟁을 피해 탄생한 미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개인이 결함에도 불구하고 번영할 수 있듯, 문명도 자기 결함을 직시하고 이를 완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번영할 수 있다.

    유대인은 3,500년 동안 번영해 왔지만, 모세와 예언자들이 끊임없이 상기하듯 우리에게도 결함이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 공화국도 그 결함에도 불구하고 번영할 수 있다.

    헤겔은 『역사철학 강의』에서 민족정신(Volksgeist)을 논하며, 그것의 특수성은 “그 의식과 의지의 모든 측면—실현의 전 과정을 표현한다. 그 종교, 정치 체제, 윤리, 법률, 더 나아가 과학·예술·기술까지 모두 그 흔적을 지닌다”고 썼다. 그는 각 민족의 민족정신이 저마다의 독특한 방식으로 세계정신에 기여한 뒤 ‘유통기한’을 다해 사라진다고 보았다.

    나는 이 생각에 설득력을 느끼지 못한다. 헤겔과 달리, 유대인은 세계정신 속에 흡수·폐기(止揚)되길 원치 않는다. 우리의 특수성이 사라진다 해서 다른 민족에게 이로울 일도 없다. 영국인은 ‘알프레드 대왕’이나 ‘아쟁쿠르의 헨리 왕’보다, 잉글랜드의 푸르고 아름다운 땅에 예루살렘을 재건하길 꿈꾸며 프롬스 음악제에서 눈물짓는다. 얼마 전까지 이탈리아의 사실상 국가(國歌) 역할을 해온 것도 시편 137편의 바빌론 유배민이 예루살렘을 그리워하는 노래를 차용한 베르디의 합창곡 「바 펜시에로」였다.

    6세기, 세비야의 이시도르 성인과 투르의 그레고리우스 성인이 서고트족과 메로빙거 왕조에 선교한 이래, 가톨릭 교회는 로마 제국 붕괴 후 서구 정치의 모델로 다윗 왕국을 제시했다. 그리고 말할 것도 없이, 필그림 파더스는 미국 땅에서 ‘황야의 사명(Mission in the Wilderness)’과 ‘언덕 위의 도시(City on a Hill)’를 꿈꾸었다.

    유대인들은 이러한 ‘이스라엘 모방’ 현상을 어떻게 볼까? 정통파 랍비 메이르 솔로베이칙은 2020년 에라스무스 강연 「링컨의 ‘거의 선택된 민족’」에서 “미국 건국의 기적성”과 링컨이 “미국의 사명이 독자적이지 않고—독립 이상으로 위대한 사명—미국인을 ‘거의 선택된 민족’(almost chosen people)으로 만든다”고 한 인식을 찬양했다.

    그러나 ‘거의 선택됨’(almost chosen)은 ‘거의 임신’(almost pregnant)과 비슷하다. 이스라엘의 출애굽은 기적이었지만, 미국 건국은 영웅적 사건일 뿐이다. 솔로베이칙 랍비는 링컨의 기지(機智) 속 아이러니를 놓쳤다. 미국인은 고유한 민족정신—강점과 약점을 모두 갖춘 정신—을 지녔다. 우리가 약점을 직면하면, 그것이 장점을 갉아먹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 ‘선택된(chosen)’과 ‘거의 선택된(almost chosen)’의 차이를 성찰하는 것, 그 지점이 출발점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민족정신은 무엇인가? 러셀 커크가 주장했듯, 우리는 영국 전통의 개인 자유와 대의정치의 계승자인가? 존 코트니 머리가 ‘리버럴한 미국 이해’를 두고 명명한 바, 계약(합리적 행위자들의 상호 동의)으로 이루어진 ‘명제적(propositional) 국가’인가?

    혹은 ‘교회의 영혼을 가진 나라’로서, 황야의 새 사명과 언덕 위의 새 도시를 꿈꾸는 청교도 비전을 추구하는가? 답은 “그렇다.” 우리는 그 모두이지만, 어느 하나로 완전히 환원되지는 않는다. <계속>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교회'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05-27 05:49]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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