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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해커 - 인터넷 캡쳐 |
체코 정부는 자국 외무부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과 관련해 지난 28일 주체코 중국 대사를 공식 소환하고 강력한 항의 조치를 취했다.
체코 측은 이 공격의 배후로 중국 국가안전부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해킹 조직 APT31을 지목하며, 이 같은 행위가 양국 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체코 외무장관 얀 리파브스키(Jan Lipavsky)는 자신의 SNS를 통해 “중국은 이번 사안이 양국 관계에 미치는 심각한 결과를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외교적 대응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조치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체코 외교부에 따르면, 사이버 침해는 2022년부터 시작되었으며 외교부의 비기밀 네트워크를 표적으로 삼았다. 침입 시도는 조기에 탐지되었고, 이후 체코 방첩기관의 장기적인 조사를 통해 APT31의 개입 정황이 포착됐다.
중국 대사관은 즉각 반발하며 해당 혐의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부인했고, 체코 정부가 “사실을 왜곡하며 비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체코 측의 “마이크 외교(microphone diplomacy)”를 중단하고, 사이버 안보 문제를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다룰 것을 촉구했다.
▣ 중·체코 관계 악화 배경에 대만 문제도
이번 사태는 양국 간 기존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체코 반간첩기관은 2024년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을 주요 안보 위협으로 명시했으며, 중국 당국이 체코 내 정치 정보를 수집하려 했다고 경고했다.
특히 대만을 둘러싼 외교적 갈등도 중·체코 관계의 주요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체코 국회 고위 인사들은 수차례 대만을 공식 방문했으며, 대만 당국 인사들과의 교류도 지속 중이다. 이러한 행보는 중국의 군사적·외교적 압박을 받고 있는 대만에 대한 연대 표시로 해석된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내정으로 규정하며 “무력 통일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으며, 이에 대항해 대만은 리투아니아 등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중이다. 리투아니아는 대만 지지로 인해 중국의 강력한 경제 보복을 받은 바 있다.
▣ 유럽연합·나토·미국의 일제한 규탄 성명
사이버 공격 사태에 대해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미국은 한목소리로 중국을 비판했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카자 칼라스(Kaja Kallas)는 “중국의 악의적 사이버 활동은 유럽 안보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라며, 관련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그녀는 “EU는 추가 대응 조치를 준비하고 있으며, 체코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나토도 “동맹국을 겨냥한 파괴적 사이버 활동이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다”며, “이번 공격은 분명히 나토 동맹의 안정과 단결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미국 국무부 역시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에 “모든 사이버 공격을 즉시 중단하고, 국제 규범을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은 영국·프랑스와 함께 APT31을 중국 정부와 직접 연계된 조직으로 지목했으며, 최근 다수의 공격이 이들에 의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은 중국이 지원하는 사이버 스파이 활동이 세계 최대 규모라고 평가하면서, 이번 사태를 통해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체코 사태는 단일 국가의 외교적 문제를 넘어, 미중 경쟁과 유럽의 전략적 재편 과정에서 사이버 안보가 핵심 전선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은 공동대응 체제를 강화할 조짐이다. 향후 국제 사이버 규범 수립과 디지털 영역의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