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대 대통령 선거가 본격화된 가운데, 사전투표율이 또다시 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지역별 사전투표율의 극명한 차이는 단순한 통계 수치를 넘어, 우리가 선거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임을 보여준다.
이번에도 호남지역은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도는 사전투표율을 기록하며 ‘조기 민심 표출’에 나섰다. 반면,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권은 여전히 낮은 참여율을 보였다. 이 현상을 단지 정치적 무관심이나 지역색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보다 구조적이고 전략적인 원인이 숨어 있다.
첫째, 사전투표, 특히 ‘관외 사전투표’는 ‘출향민 투표’라는 특수성을 갖는다. 출향민(주소만 이전한 주민)이 많은 호남지역 유권자들이 서울, 수도권 등 접전지역에서 사전투표를 통해 선거의 향방을 뒤바꿀 수 있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이는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예컨대, 전남 광주의 한 유권자가 서울 강서에서 사전투표를 하며 지역 민심과 다른 표심을 투사하는 것이다. 1인 1표의 원칙하에서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민심의 왜곡이라는 점에서 정당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사전투표에 대한 지역별 신뢰도는 극명히 갈린다. 호남지역은 편리성이나 제도 수용성이 높지만, TK·영남권은 "표심 조작이 가능하다"는 우려와 불신이 팽배하다. 이 같은 불신은 단순한 음모론으로 치부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다. 수 차례 불거진 사전투표지 보관, 분류, 봉투 문제 등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를 해치기에 충분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략적 주소 이전’과 ‘정당 차원의 조직적 동원 가능성’이다. 만약 특정 진영이 사전투표 제도를 이용해 ‘유리한 지역으로의 주소 이동’을 유도하고,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한다면 이는 실질적 ‘표의 이식’으로 작용한다. 그 결과는 선거의 결과 자체를 조작은 아니더라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사전투표는 본래 취지대로라면 국민의 선택권을 넓히는 민주주의의 진보된 도구여야 한다. 하지만 제도의 악용 가능성과 신뢰의 격차가 너무도 심각한 지금, 우리는 "편리함보다 공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되새겨야 한다.
결론적으로 사전투표는 폐지되어야 한다. 적어도 지금과 같은 구조로는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제도는 국민을 위한 것이지, 정략적 계산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상·만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