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10] 미국은 신조(信條)의 국가인가? ⑤
  • 데이비드 P. 골드먼 David P. Goldman is deputy editor of Asia Times and a Washington Fellow of the Claremont Institute.
  • 영화 천로역정 천국을 찾아서 한 장면  인터넷 캡쳐
    영화 ‘천로역정: 천국을 찾아서’ 한 장면 - 인터넷 캡쳐

    미국은 특정한 민족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멸절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우리는 뿌리를 돌아보기보다 여정을 앞서 내다본다. 우리의 여정은 기독교적인 약속의 땅으로의 여정이며, 이는 곧 미국으로 향하는 여정과 맞물려 있다. 이는 청교도들의 뉴잉글랜드로의 여정이었고, 노예들이 자유로운 북부로 탈출한 여정이었으며, 무산자들이 서부로 향했던 이주의 여정이었다. 이는 하느님의 백성이 약속의 땅으로 향하는 여정이 아니라, 『천로역정(天路歷程)』의 여정, 즉 개인 영혼이 구속으로 나아가는 여정이다.

    미국의 내면적 삶은 이스라엘의 역사를 반복하고자 한다. 이는 건국 이전의 전사(前史)가 결여된 미국의 현실을 상상으로 보완하려는 시도이지만, 완전히 성공적인 대체물은 아니다. 유대교는 상상의 산물이 될 수 없다. 유대인의 신앙 실천은 일상의 세세한 규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유대인의 과거와 미래는 신앙과 상상의 대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위로 구성된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역사를 자기 내면의 이야기로 채택한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도달한 수많은 민족들이 미국인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가진다. 이는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특징이다. 그러나 자기 조국을 떠나 미국인이 되기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소수 개인의 동기를, 고국에 남은 수많은 이들의 집단적 열망과 혼동할 때 우리는 큰 오류를 범하게 된다.

    기독교 정치 질서의 대안적 모델인 보편적 가톨릭 제국은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종식되었다. 비록 신성로마제국은 1806년까지 형식적으로 존속했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안에 그 흔적이 1918년까지 남아 있었지만 말이다. 그 모델은 개별 민족에 대한 충성과 보편 교회에 대한 충성 사이의 충돌을 조율하지 못했다. 그것이 달리 되었을 수도 있었는가는 이미 실효성을 잃은 반사실적 추측의 문제이다.

    미국은 국가들을 하나의 교회 아래 질서 있게 통합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가들로부터 개인을 떼어내고자 했다. 미국이 가장 기독교적인 나라이기 때문에, 교회와 국가는 분리되어야만 했다. 기독교의 어떤 교파도 공식 종교로서 스스로를 내세울 수 없다. 우리가 합의할 수 있는 것은 세속적인 신조(信條)뿐이다.

    우리가 건국 철학으로서 존 로크의 사회계약론을 선택하든, 헤겔의 가족–시민사회–국가에 이르는 변증법을 채택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종교는 개인 양심의 영역에 속해야 한다. 우리의 공적 종교란, 각자가 하느님을 다르게 상상하더라도, ‘하느님 아래 하나의 국가’라는 일반적 헌신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신조 국가, 즉 특정한 세속 법과 절차로 정의되는 국가이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방식의 종교 국가이기도 하다.

    모든 민족정신(Volksgeist)은 강점과 약점을 지닌다. 오랜 전통과 고등 문화는 유럽의 오래된 국가들이 누리는 축복이다. 프랑스인이나 독일인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는다. 어떤 정부가 지배하든, 어떤 상황이 닥치든 그는 여전히 독일인이고 프랑스인이다. 반면, 우리는 공화국과 헌법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고 누구도 아니다. 우리는 백 개의 나라에서 불려 나와 하나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축복에는 저주가 따른다.

    유럽의 모든 국가들은 그 역사 속 어느 시점에서 자신들이 하느님의 지상 도구, 새로운 선택된 민족, 새로운 다윗 왕국이라 믿으며 이웃을 짓밟을 특권이 있다고 생각한 바 있다. 17세기 프랑스와 스페인 간의 종교 전쟁과 20세기의 세계대전은 모두 이러한 비극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계속>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교회'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05-31 07:24]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 다른기사보기 리베르타임즈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