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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열쇠를 건네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위한 이례적인 송별 행사를 백악관에서 열고, 머스크에게 ‘황금 열쇠’를 건넸다. 이는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 장관직에서 물러나 본업으로 돌아가는 것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약식 기자회견 형식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머스크에 대해 “그는 정부를 다시 작동하게 만들었다”며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프로그램 폐지, 연방정부 축소 등 많은 일을 했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엘론, 고맙다”며 백악관이 새겨진 황금 열쇠를 선물했고, 이는 “언제든 백악관에 다시 오라”는 상징적 메시지로 해석됐다.
머스크는 행사에서 “DOGE의 영향력은 정부 곳곳에 스며들 것”이라며, “앞으로도 대통령에게 자문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또 “DOGE가 언젠가 1조 달러에 이르는 낭비를 줄이는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 도중 눈가에 멍이 든 모습이 포착된 머스크는 취재진의 질문에 농담을 섞어 “마크롱 대통령 부부의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웃으며, “다섯살 난 아들 ‘엑스’와 놀다가 얻은 상처”라고 해명했다.
머스크는 행사 후반, “화성 식민지 개척과 미국 정부 개혁 중 어느 쪽이 더 어렵냐”는 질문에는 “답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또 그가 대선 기간 중 마약류를 복용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선 “러시아게이트를 보도했던 그 신문 말인가?”라며 신뢰성을 일축하고 질문을 넘겼다.
지난해 트럼프 대선 캠프에 거액을 기부하고 격전지를 순회하며 지원 유세에 나선 머스크는, 대선 이후 마러라고 리조트에 상주하며 정권 인수작업에 깊이 관여해 ‘신흥 최측근’으로 떠올랐다. 이후 DOGE 수장으로 임명돼 연방 정부 조직의 축소와 진보정책 정리에 앞장섰다.
하지만 그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 진영은 그를 “트럼프 정권의 2인자”이자 “공공의 적”으로 몰았고, 그 여파로 테슬라 주가는 하락세를 겪었으며, 일부 매장에서는 기물 파손과 차량 방화, 불매 운동이 이어지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교체’ 스타일을 감안할 때, 이번 백악관 퇴장은 머스크가 타이밍 좋게 자리를 내려놓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머스크는 최근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감세 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견을 표명하며 ‘쓴소리’를 던진 바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트럼프가 황금 열쇠를 건넸지만, 그것이 머스크의 백악관 복귀를 보장하는 상징은 아닐 수 있다”며 “둘의 관계는 향후 정치적 이해에 따라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머스크는 이날 행사 직후 테슬라 본사로 복귀해 자율주행 기술과 로켓 개발 프로젝트 등 본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분명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이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