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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으로 연기가 피어나고 있는 가자 지구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미국이 제시한 가자지구 전쟁 휴전안에 대해 수정 요구를 담은 공식 답변을 제출하며, 인질 일부 송환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 측은 이를 즉각 거부하며 협상 전망이 다시 불투명해졌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는 5월 31일(현지시간) 중재자들에게 인질 석방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군 등을 골자로 한 수정안을 전달했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에서 "인질 10명과 시신 18구를 송환할 용의가 있다"며 "이는 가자지구의 영구 휴전,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 인도적 지원 보장을 위한 협상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하마스는 미국의 휴전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구체적인 수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상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마스가 요구하는 '영구 휴전'과 '가자지구 전역에서의 이스라엘 철수'는 이스라엘이 명시적으로 거부해온 조건이라는 점에서 갈등의 골은 깊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위트코프 미국 특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즉각 반응하며 "하마스의 답변은 수용 불가"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번 답변은 협상의 기반이 된 기존 프레임워크를 후퇴시키는 것일 뿐"이라며, "하마스가 해당 프레임워크를 수용해야만 다음 주 초 간접 회담을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또 "유일한 현실적 접근은 60일 휴전안을 통해 생존 인질과 시신의 절반을 송환하고, 동시에 실질적인 영구 휴전 협상을 병행하는 것"이라며 하마스 측의 수정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전 제안에서 위트코프 특사는, 하마스가 생존 인질 10명을 일주일간 나눠 석방하고, 인질 시신 18구를 반환하는 조건으로 가자지구에서 60일간 휴전하고 이스라엘군은 일부 지역에서 철수하며, 유엔이 구호 활동을 총괄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제안에는 전쟁의 완전한 종식이나 '영구 휴전'에 대한 이스라엘 측 보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자지구 문제와 관련해 합의가 매우 가까워졌다"며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시사했다. 하지만 하마스의 수정안 제시와 미국의 강경 대응으로 협상은 다시 불확실성 속에 빠진 모양새다.
이스라엘 측도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하마스가 미국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전멸당할 것"이라며 군사적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협상 교착은 하마스와 이스라엘, 그리고 중재자 미국 간의 근본적 목표 차이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향후 하마스가 어느 수준까지 양보할 수 있을지, 미국과 이스라엘이 요구하는 '조건부 휴전'을 수용할지 여부가 향후 협상 전개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