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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구축함 진수식 이전의 모습 - 인터넷 캡쳐 |
지난주에 함경북도 청진조선소에서는 5,000톤급 최신 구축함을 해상으로 띄우는 진수식이 있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아주 큰 의미를 부여할만한 일이었는데요. 그래서인지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자신의 딸과 함께 직접 현창을 찾아 진수과정을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엄청나게 큰 배를 바다에 띄우는 작업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그 과정에서 선체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선체 일부가 파손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쭉 지켜봤다는 사실이 더욱 파장을 키웠고, 그는 “국가의 존엄을 한순간에 훼손한 범죄적 사고”라고 규정하며 책임자 등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를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당국으로서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죠.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의 희생양들을 찾아 나선겁니다. 북한이라는 사회에서는 흔히 있는 일입니다만, 유독 북한이라는 곳에서 이같은 희생양 찾기라는 모습은 공산주의라는 이념, 사상이 정치체제로는 전체주의화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되겠는데요.
북한은 오늘 이 시간, 구축함 사고를 통해 해당 간부들에 닥치고 있는 공포스러운 상황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이번 사고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처벌을 받고 있다구요. 구체적으로 설명을 좀 해주시죠.
- 에 현재 계속 조사중인 상황인데요. 앞으로 더 많은 간부들이 희생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현재까지는 당 군수공업부 소속 고위 간부인 리형선 부부장이 구속되었고, 홍길호 지배인은 사고 직후 바로 소환되었지만, 구속 여부는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보도는 “법기관 조사 중”이라고만 언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사고현장인 청진조선소 현장 간부 3인(강정철·한경학·김용학)은 모두 기술·운영 라인 책임자들인데, 이는 “현장 기술진의 태만 탓”이라는 전형적인 ‘희생양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현재 북한의 선전 매체는 “사고 진상 규명과 선체 복구를 6월 안에 마치라”는 김정은 지시를 반복 보도하며, 추가 구속이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2. 북한 · 중국식 공산 전체주의 체제에서 이런 ‘희생양 찾기’가 반복되는 구조적 이유는 무엇입니까?
- 아주 중요한 질문인데요. 우선 최고지도자의 무오류 신화를 유지하려면 책임이 항상 ‘아래’로만 내려가야 합니다. 그 다음은 제도적 결함이나 물자 부족 같은 구조적 문제를 인정하는 순간 체제의 무능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하급 간부를 처벌하며 “문제는 인력의 불성실 때문”이라는 서사를 반복 생산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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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식 사고 이후 당 중앙군사위가 열리고 있는 모습 - 인터넷 캡쳐 |
한가지 사례가 들어 보겠는데요. 북한에서는 간부들의 삶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일반 주민들보다 더욱 피폐합니다. 이런 희생양 찾기에 걸려 언제 파탄이 날지 모르기 때문인데요.
평양에 사는 어느 한 청년은 평생 자신의 아버지가 밤늦게 불려나가거나 긴급 회의등으로 소집되어 가면 온 집안이 한잠도 못자고 며칠씩 꼬박 기다렸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나이가 들어 은퇴를 하자 그때가 자신의 가정에서는 가장 기쁜 날이었다는 겁니다. 이처럼 북한에서는 일년 365일 다리 뻗고 잠을 잘 수 있는 사람은 수령과 그 가족뿐입니다.
3. 참으로 슬픈 이야기네요. 이같은 희생양 찾기라는 방식이 북한 내부 군부와 방산기업소 전반에 어떤 악순환을 초래할까요?
- 사회적으로 미치는 악영향이 상당합니다. 우선 실패를 숨기려는 문화가 자리 잡아 실질적 품질 관리가 불가능해집니다. 다음은 잘못을 인정하면 처벌받으니 시험·검증 과정이 형식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숙련공·기술자들이 숙청되면 경험이 축적되지 못하고, 결국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죠.
4. 이번 사건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주려고 하는 것일까요?
- 김정은은 “무능한 간부”를 처벌함으로써 자신을 ‘정의로운 심판자’로 연출하고, 동시에 공포 정치를 강화합니다. 주민들은 “작은 실수도 국가 모독”이라는 공포심을 체득하고, 엘리트층은 권력자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극도로 순응하도록 길들여지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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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양 작업중인 사고 구축함 모습 - 인터넷 캡쳐 |
5. 근본적으로, 공산 전체주의가 다른 정치체제 형태보다 더 심각한 ‘희생양 만들기’로 흐르기 쉬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 공산 전체주의는 “무오류성”을 내세워 당과 수령이 곧 과학·진리라고 주장합니다. 이때 오류가 발생하면, 논리를 유지하려고 사람을 희생시키는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일당독재 구조는 권력분립이나 사법적 견제 장치가 부재하므로 최고지도자의 체면 손상을 막기 위한 대규모 숙청이 제도화되기 쉽습니다.
결국 체제 유지 비용이 바로 ‘사람의 생명’으로 지불되는 것이 공산 전체주의의 고질적 특징이라고 하겠습니다.
* 한반도 르포에서는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의 KBS한민족방송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과 북한내부의 인권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