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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기념탑 앞에 선 세계 시민들 - 독자 제공 |
천안문 민주화운동 36주년을 맞아, 북미와 아시아 각지에서 중국 공산당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기리는 기념행사가 일제히 열렸다. 캐나다, 뉴질랜드, 대만, 미국 등지에서 시민들과 인권운동가들은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고 "6·4를 잊지 말자"고 외쳤다.
▣ 토론토,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6월 1일 저녁,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촛불 불멸, 홍콩 지련회 지지’를 주제로 한 천안문 사태 36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천안문 시위 당시 학생 지도자 주펑쑤오, 홍콩 민주운동가 주융캉, 토론토 시장 주즈후이를 비롯해 약 2천 명의 시민이 참석해 자유와 인권을 위한 연대를 확인했다.
이번 기념행사는 5월 말부터 이어진 캐나다 내 ‘6·4 시리즈 활동’의 절정이었다. 총영사관 앞 시위, 민주화 관련 좌담회, 추모 헌화, 촛불 집회 등 10일 넘게 이어진 활동은 북미에서 가장 조직적인 민주화 기념행사로 평가받는다.
▣ 뉴질랜드, 차량 행렬로 “침묵 깨트리기”
현지시간 6월 2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는 ‘6·4’ 36주년을 맞아 차량 행진과 사진전, 세미나, 촛불 집회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시민 10여 명이 차량에 "중국 공산당 심판", "민주 만세", "6.4 국상" 등의 문구를 붙이고 시내를 행진했으며, 중국 영사관 앞에서는 약 20명의 활동가들이 구호를 외치며 침묵과 망각에 맞섰다.
이들은 "6.4를 잊지 마라", "자유는 인민에게 속한다", "중공은 반드시 멸망한다"는 외침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중국 공산당의 인권 유린을 강력히 비판했다.
▣ 로스앤젤레스, 천안문 기념관 재개관
한편, 천안문 사건 기념관은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이전해 6월 2일 새롭게 문을 열었다. 캘리포니아 엘 몬테에 위치한 이 기념관은 남캘리포니아 자유 조각 공원과 함께 미국 내 중국 민주운동의 상징적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기념관 입구에는 1989년 천안문 시위부터 대학살까지의 참혹한 기록이 중영 이중 언어로 전시되어, 방문객들에게 당시의 현실을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주최 측은 “이곳은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라 기억의 항거이자 자유의 연대”라고 밝혔다.
▣ 대만, "기억은 민주주의의 뿌리다"
타이완 라이칭더(賴清德) 총통은 공식 성명을 통해 "6.4는 단지 중국의 비극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기억해야 할 민주주의의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은 백색 테러를 겪은 나라로서 역사적 정의와 인권 보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며,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세계 시민들과 연대할 것을 다짐했다.
▣ 미국 국무부,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는 6월 3일 성명을 발표해 중국 공산당의 진실 은폐 시도를 강력히 비판하며, “세계는 결코 톈안먼의 용감한 이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X(구 트위터)를 통해 “36년 전 중국 공산당이 저지른 잔혹한 탄압을 기억하며, 희생자들의 용기와 자유의 정신을 기립니다”라고 말했다.
기억, 저항, 그리고 연대
올해 6·4 기념행사는 단지 과거를 추모하는 자리에 그치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의 인권 탄압과 전 세계적인 권위주의의 부상에 맞서기 위한 현재진행형의 저항이자,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보편가치에 대한 글로벌 연대의 상징이었다.
한 홍콩계 청년은 집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촛불을 드는 이유는, 꺼진 목소리를 되살리고, 꺼지지 않을 희망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