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18] 새로운 교황 재위에 거는 기대
  • 조지 바이겔 George Weigel is Distinguished Senior Fellow of Washington, D.C.’s Ethics and Public Policy Center, where he holds the William E. Simon Chair in Catholic Studies. (워싱턴 D.C. 윤리 및 공공정책 센터의 저명한 수석 연구원)

  • 교황 레오 14세가 선출되어 바티칸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서 교회와 세상에 자신을 훌륭히 소개한 지 몇 시간 만에, 니카라과의 저명한 가톨릭 가문 출신인 오랜 친구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친애하는 조지,
    찬미예수님! 교황 레오 14세, 파파 레온! 그분은 [몇 년 전 우리를 방문하셨지요]. 새 희망이 솟아오르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분과 우리를 축복하시길 빕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사랑을 듬뿍 담아.

    나는 이 친구의 실명을 밝힐 수 없다. 그렇게 하면 가톨릭 교회를 악랄하게 박해하고 있는 오르테가–무리요 정권 아래에서 친구의 가족이 더 큰 위험에 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현실주의자로서, 21세기의 교황들은 세상의 통념이 말하는 ‘권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러나 요한 바오로 2세의 본보기를 통해, 이 신심 깊은 가톨릭 신자이자 니카라과 애국자는, 교황이 억압받는 이들에게 두려움 없는 용기를 일깨우고, 폭정에 맞서려는 양심의 새 연대를 형성하도록 막대한 도덕적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바로 그것이 친구와 다수의 사람들이 교황 레오에게 바라는 바이며, 지난 10여 년간 바티칸에서 충분히 들을 수 없었던, 박해받는 니카라과 교회와 그 신자들을 보다 강력히 옹호해 주길 기대하는 이유일 터다. 이렇게 목소리를 높여 공개적으로 박해에 맞서는 일이 즉각적인 성과를 가져오지는 않더라도, 폭군들이 어둠 속에 숨기고 싶어 하는 잔혹 행위를 국제 사회의 스포트라이트 아래 드러낸다. 이 빛은 종교의 자유와 기본적 인권을 수호하려는 이들에게 어느 정도 보호막이 되어 준다. 험난한 선교 현장을 경험한 교황 레오는 이를 잘 알고 있다.

    니카라과만이 바티칸이 박해 앞에서 존재감을 높여야 할 무대는 아니다. 베네수엘라가 있고, 쿠바가 있으며, 나이지리아가 있다. 또한 중국이 있다. 시진핑 정권은 프란치스코 교황 서거 직후, 2018년 서명된 합의를 대놓고 위반하며 새 주교를 “선출 · 임명”했는데, 교황좌가 공석이니 교황 임명장이 있을 리 만무했다. 콘클라베에 앞서 열린 추기경 총회에서는 예상보다 중국 정책이 적게 논의되었지만, 그 정책이 실패로 드러난 지금, 교황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더라도 전혀 놀라울 일이 아니다. 그래야 마땅하다.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미국 출신 교황이 세계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한 허튼 소문이 돌았지만, 교황 레오 14세가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는 지정학이라기보다 교회 내부 문제일 것이다. 무엇보다 급한 것은 바티칸의 악화된 재정 상황을 빠르게 수습하는 일이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의 성좌 기여금이 감소했으며, 대대적 금융 개혁 없이는 이를 되돌리기 어렵다. 예산과 회계의 투명성, 구조적 적자 해소를 위한 재정·인사 개혁, 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연금 충당부채 해결책이 요구된다. 미국 신자들은 돕겠지만, 그 전에 현행 행정 혼란과 재정 부패가 깨끗이 시정되어야만 주요 기부자들이 다시 지갑을 열 것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시급한 것은 가르침과 사목 실천에서 명료성과 안정성을 회복하여 베드로의 바크의 용골(선박의 핵심 중심구조)을 튼튼히 하는 일이다.

    콘클라베 전 추기경 총회에서는 “시노달리타스(공동합의성)”가 많이 거론되었지만, 구체적 정의는 여전히 모호했다. 만일 그 뜻이 ‘새로운 지역 교회들의 목소리를 로마가 더 귀 기울여 듣는다’는 것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신성을 확정하고 오늘날 우리가 고백하는 신경을 제정한 니케아 공의회(325년) 1700주년인 올해, 교황 레오는 “시노달리타스”가 ‘끊임없는 토론 클럽’으로 전락하여 교회 모든 사안이 흔들릴 수는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할 것이다. 교회에는 신앙과 실천에 있어 이미 확정된 사항들이 있으며, 이를 확정·보존하는 권위는 주교단에 있다.

    위대한 체스터턴이 지적했듯, “사람 입처럼 열린 마음도 무언가에 닫혀야 한다.” 선교 경험이 풍부한 교황 레오는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그분이 이렇게 다스려, 신자들에게 다음의 기본 진리를 다시 일깨워 주길 기대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다. 곧 “신자들에게 한 번 전해진 믿음”(유다서 1,3)의 특징은 유동성이 아니라 견고함이라는 것이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교회'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06-08 07:59]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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