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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화상 보고하는 그로시 IAEA 사무총장 |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나탄즈 지상 농축시설이 파괴됐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3일(현지시간) 긴급 회의를 열고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졌다.
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날 안보리에서 “이란 나탄즈의 지상 시험용 농축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며 “지하 시설은 직접적인 피해 징후는 없으나, 전력망 손상으로 원심분리기가 간접 타격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그는 “시설 내 일부 방사능 오염이 확인됐지만, 이는 방사선 보호 조치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란 핵개발의 중심지로 꼽혀온 나탄즈는 무기급 고농축우라늄 생산 의혹을 받아온 시설로,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이스라엘의 공격 대상으로 지목돼 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또 이란 정부로부터 포르도 및 이스파한 지역 핵시설 역시 공격을 받았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이에 따라 IAEA는 해당 지역에 전문가를 파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핵시설은 결코 공격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이란과 이스라엘 대표는 격한 설전을 벌이며 충돌했다.
이란의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대사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전폭적인 정보 및 정치적 지원 아래 민간인을 포함한 다수의 사망자를 낳은 조직적 군사공격을 감행했다”며 “이는 국제질서와 유엔 헌장에 대한 정면 도전이며, 핵확산 금지 체제를 뒤흔드는 범죄적 행위”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그는 “사망자 78명 중 대다수가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의 대니 다논 주유엔 대사는 “이란이 핵무장을 가속하는 동안 유엔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이스라엘은 자국과 세계를 위협에서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단독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란 정권은 중동을 넘어 유럽과 미주까지 확산될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이스라엘은 이를 저지했다”고 주장했다.
다논 대사는 기자회견에서 “위협이 제거됐다고 확신할 때까지 행동을 계속할 것”이라며 추가 공격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국은 중동 평화 유지 의지를 강조하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했다. 국무부의 맥코이 피트 국제기구 담당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영구전쟁을 피하고자 하는 미국 국민의 뜻을 받들고 있다”며 “우리는 안보가 보장되는 진정한 평화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서방국들이 이스라엘을 사실상 방조했다고 비난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이란은 IAEA의 가장 많은 검사를 받는 국가이며, 사무국도 핵확산 위험이 없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을 받았다”며 “이는 반이란 히스테리를 조장한 서방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한국도 이날 회의에서 중동 정세 악화를 우려하며 외교적 해법을 촉구했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북한이라는 비핵화 위반국과 이웃한 한국은 이란의 고농축우라늄 생산 등 핵 프로그램 확장에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이 위기는 평화적 핵 이용 보장을 위한 강력한 합의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로 중동 정세가 더욱 격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으며, 안보리의 대응과 주요국의 외교적 움직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