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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경전투기 FA-50 블록70 |
필리핀 정부가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자국의 방공 역량 강화를 위해 한국산 첨단 경전투기 12대를 추가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필리핀 국방부는 15일 오전 발표한 공식 성명을 통해, 이달 초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약 7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는 필리핀 역사상 단일 무기 수입 계약 중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이번에 계약된 항공기는 최신형 FA-50 블록70으로, 기존 기종보다 항공 전자장비와 레이더 성능이 대폭 향상된 모델이다.
필리핀 국방부는 “이번 구매는 단순한 전력 증강을 넘어, 우리 군의 작전 개념 자체를 전환하는 핵심 조치”라며 “국내 본토 중심의 방어 전략에서, 배타적 경제수역(EEZ) 전역을 포괄하는 ‘포괄적 군도 방어 개념’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개념은 동쪽의 벤햄 라이즈부터 서쪽의 ‘웨스트 필리핀 해’까지를 필리핀 군의 방어 범위로 설정하고 있다.
FA-50 블록70의 도입은 해당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공군 현대화의 일환으로, 인도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로써 필리핀은 기존에 보유한 FA-50 12대와 함께 총 24대의 동형 기체를 운영하게 된다.
이번 계약은 한국과 필리핀 간의 방위산업 협력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 수준으로 격상되었음을 상징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필리핀 국방부는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자국의 방산 역량을 실질적으로 제고할 수 있었으며, 이는 방어 기술력 확보와 병력 훈련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KAI는 이번 계약에 대해 “FA-50 블록70은 경량급 전투기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유한 기체”라며 “이번 계약은 FA-50의 글로벌 시장 입지를 더욱 확장시키는 결정적인 계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필리핀은 여전히 미국산 F-16 전투기 및 스웨덴 사브(SAAB)의 JAS-39 그리펜 전투기 도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미국은 지난 4월 필리핀의 F-16 구매 요청(20기, 55억 달러 규모)을 승인했지만, 고비용 문제로 인해 실질 계약은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필리핀군 참모총장 로메오 브라우너 Jr.는 “전투기 도입은 단순한 장비 구매가 아니라 국가 안보 전략의 핵심”이라며 “비용, 작전환경, 연합운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경 및 군과의 마찰이 빈번해지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 중국은 필리핀 군함에 고압 물대포를 쏘거나, 필리핀 순찰기에 조명탄을 발사하는 등 물리적 위협을 가한 바 있다.
페르디난트 마르코스 Jr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반복적으로 중국 측 도발을 규탄하고 자국의 해양주권을 수호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FA-50 추가 구매가 필리핀의 실질적 방공 능력 강화를 넘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및 우방국들과의 전략 공조를 강화하는 상징적 행보로 평가하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