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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신 구축함 '강건호' 진수식에 참석한 김정은 |
북한의 최고 학술기관인 김일성종합대학이 최근 학보를 통해 “강력한 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자위권은 국제법상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며, 자국의 군사력 강화 노선을 적극 정당화하고 나섰다.
연합뉴스가 분석한 김일성종합대학 학보 최신호(2025년 제71권 제1호)에 따르면, 허경일 교수는 ‘해상에서 불법선박에 대한 무력사용과 관련한 국제법적 분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불법 선박을 응징하기 위한 무력 사용은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특히 “자기를 지킬 힘,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강력한 무력이 없이는 국제법적으로 공인된 권리도 실제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며, 무력의 실체적 존재가 국제법의 실효성을 담보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을 지목하며 “미제의 무장간첩선 푸에블로호를 나포한 조선인민군의 행동은 국제법상 정정당당한 자위권 행사”라며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을 정당화했다. 푸에블로호는 당시 북한 원산 인근에서 정보 활동을 벌이다 나포된 미 해군 소속 정찰선으로, 북한은 이를 영해 침범으로 간주한 바 있다.
논문은 또한 최근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전개하고 있는 연합 해상훈련을 “위협적 행위”로 규정하며, “불법선박에 대한 무력사용의 국제법적 논리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주장은 최근 북한이 보여주는 해상 전력 증강 움직임과 맞물려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4월 신형 다목적 구축함 ‘최현호’ 진수를 시작으로, 불과 이틀 전인 6월 12일에도 5,000t급 신형 구축함 ‘강건호’를 진수하며 해상 전력 강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일성종합대학이 학술 논문 형식을 빌려 무력사용의 정당성과 군비 증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내부적으로는 체제 결속을, 대외적으로는 무력 사용에 대한 명분 축적을 의도한 선전 수단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편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자위권의 이름 아래 도발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북한의 군사적 행보와 그 정당화 담론은 한반도 안보 지형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