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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화이트삭스 홈구장에 울려 퍼진 레오 14세 교황의 연설 |
미국 출신으로는 최초로 교황직에 오른 레오 14세가 즉위 후 처음으로 고향 미국을 향해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 무대는 다름 아닌 그의 연고지인 시카고, 그리고 그가 평소 팬임을 밝혀온 화이트삭스 구장이었다.
현지시간 15일, 시카고 레이트필드 구장에서 열린 대형 미사에서 레오 14세 교황의 7분 30초 분량의 영상 메시지가 상영되며 3만여 신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미사는 시카고 대교구 블레이스 수피치 추기경의 집전으로 엄숙하게 거행되었으며, 야구장이 순식간에 신앙의 공간으로 바뀌는 이색적 광경이 연출됐다.
교황은 메시지를 통해 특히 청년 세대에게 깊은 공감을 표하며,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겪었던 외로움과 우울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고 “하느님의 사랑만이 진정한 치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청년들을 “희망의 약속”이라 칭하며, “세상이 여러분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우리에게는 여러분이 필요하다”고 격려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또 “이기심을 넘어서 서로를 섬기는 삶 속에서 우리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며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하느님이 우리 마음에 계신다는 점을 기억하며,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을 고민할 때 우리 존재의 깊이를 알 수 있다”고 설파했다.
이번 메시지는 교황의 개인적 뿌리이자 정체성인 미국 사회와의 연결을 강화하는 상징적 행보로 평가된다. 교황은 올해 5월 8일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후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으며,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의 새 정신적 지도자가 됐다.
한편, 교황은 이민자 인권에 대한 일관된 옹호자로 잘 알려져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현 미국 행정부와는 향후 마찰이 예상된다.
교황은 이민자 단속, 대규모 추방, 군 투입 등 미국의 강경 이민 정책에 대해 직접적 비판은 자제해 왔지만, 이주민 존엄성과 생존권에 대해 수차례 언급해 왔다.
시카고의 하늘 아래, 고요한 영상 속 교황의 목소리는 미국 사회에 깊은 울림을 던졌다. 이 메시지가 정치적 논쟁을 넘어 청년과 이웃, 타인을 향한 연대의 불씨가 되기를 교황은 바라고 있다.
안·두·희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