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vangelical 복음교회 《미국 개신교의 한 종파》
로마 교회에 소속되진 않았지만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적인 교회를 믿는 복음주의자는 전통적 가톨릭 문화가 뿌리 깊은 이탈리아에서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고 예배를 드릴 수 있을까요?
약 19년 전, 아내 빅토리아와 저는 토스카나의 작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도시인 코르토나(Cortona)로 이주했습니다. 기원전 217년, 한니발이 트라시메노 호수 근처에서 로마군을 무찔렀을 때, 이 도시 사람들은 에트루리아 성벽 너머로 그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코르토나는 이후 로마와 동맹을 맺고, 오래된 신전의 터 위에 성당을 세웠습니다. 팍스 로마나가 쇠퇴하면서 도시 국가로 자립했고 귀족과 성직자 중심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세 차례 이곳에 머물렀고, 마지막에는 병든 몸으로 고행하며 머물다 1226년 봄 “sister death (죽음조차도 ‘우리의 자매’라고 부르는 신학적 표현)”를 맞이하기 위해 아씨시로 옮겨졌습니다. 도시의 수호성인 마르가리타(Margaret of Cortona, 1297년 사망)는 오늘날까지 부패하지 않은 시신으로 본인의 이름이 붙은 대성당 제단 위에 안치되어 있습니다. 그녀는 이 도시 최초의 병원을 설립했고, 현재 병원 역시 그녀의 이름을 땄습니다. 코르토나는 피에트로 로렌체티, 프라 안젤리코, 루카 시뇨렐리, 피에트로 베레티니, 그리고 지노 세베리니 등 신앙과 교회를 주제로 한 예술 유산이 가득한 도시입니다. 우리가 보는 모든 건물은 가톨릭에 의해 지어졌거나 다시 세워졌습니다.
가톨릭으로의 개종은 First Things 잡지에서 종종 다루는 주제입니다. 예를 들어 패트리샤 스노우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그녀가 오순절파 개신교에서 로마 가톨릭으로 전향한 과정을 연재하며 이렇게 결론지었습니다.
“내가 개신교 안에서는 헛되이 찾았던 충실함을 마침내 가톨릭교회 안에서 찾았다. 교회의 순종의 역사란 예수 그리스도의 끊임없는 현존에 대한 응답 외에는 설명할 수 없다.”
(물론 그녀의 탁월한 문체는 그 순종의 역사만큼이나 일관된 정보에 기반하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좀 더 널리 알려진 인물로는 이 잡지의 창립자인 리처드 존 뉴하우스가 있습니다. 그는 「내가 원래부터 가톨릭이었던 이유(2002)」에서 수세기에 걸친 예수 교회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루터교 목사로서도 자신은 항상 그 고대의 공동체에 속해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심지어 16세기의 분열조차 “비극”이라 표현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시기, 그는 로마가 루터의 우려에 실질적으로 응답했다고 평가하며, “왜 나는 가톨릭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가톨릭 신앙을 확고히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생애 내내 “로마 가톨릭교회는 그리스도의 교회를 역사 속에서 가장 완전하게 표현한 형태”라고 확신을 표했습니다.
그러나 First Things 바깥을 보면, 저는 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로마에서 떠나는 모습을 봅니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인 복음주의 교회에 가보면 “가톨릭에서 회복 중인” 신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납니다. 브라질의 경우를 보더라도, 불과 50년 전에는 거의 전무하던 복음주의-오순절 운동이 현재는 전체 인구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가톨릭과 복음주의는 많은 공통점을 지닙니다. 우리는 삼위일체를 믿고, 성령과 예수님을 통해 아버지께 나아가는 길을 찬미합니다. 우리는 성경을 공유하고 전통적인 신앙고백을 고수하며, 교회는 하나라고 믿습니다. 복음주의는 성경 해석과 권위, 성령의 임재, 개인의 회심과 헌신 및 성장을 강조하는데, 이러한 강조점은 가톨릭 교리와 크게 모순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저는 이탈리아에 살면서 교회의 일치를 소중히 여기며 티베르 강(가톨릭으로의 개종을 의미)을 건너볼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러나 깊이 고민한 끝에, 저는 로마 가톨릭의 수위권(베드로 계승)이나 성모 마리아 및 성인들에 대한 신학과 신심, 성찬에 대한 교리와 실천 등 여러 면에서 납득할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놀랍게도 이런 회의는 다수의 가톨릭 신자들에게서도 나타나는 듯하지만, 이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복음주의도 결점이 없진 않지만, 저는 주님이 부르시고 회심하게 하신 자리에서 남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하나의 문제는 남았습니다. ‘예배는 어디서 드려야 하는가?’
코르토나에는 현재 로마 가톨릭 교회, 채플, 수도원이 14곳이나 있지만, 개신교를 대신할 대안은 없습니다.
처음에는 대성당에서 예배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큰 공간에서는 익명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제가 복음을 전하는 것을 귀 기울여 들었고, 이탈리아어 실력이 나아지면 더 큰 공감대가 생기리라 기대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성가들을 어설프게 따라 부르고, 전 세계를 위한 기도에도 동참했으며, 이웃과 평화의 인사도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성찬에 초대받았을 때, 우리는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에 불쾌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 경험을 가톨릭 신자들에게 “그들이 자신들의 성찬에 참여시키지 않는 신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그들의 선택이었기 때문입니다.
몇 달 후, 주임 사제인 오토리노 신부가 토요일 저녁 ‘에큐메니컬 예배’에 우리를 초대했습니다. 기대하며 갔지만, 코르토나에서의 “에큐메니컬 예배”란 라틴어 미사였습니다.
그 후 우리는 성 프란치스코가 머물던 동굴을 중심으로 세워진 카푸친 수도회인 레 첼레(Le Celle)의 수도자들과 함께 예배드리게 되었습니다. 이곳 예배당은 작아서 익명으로 남기 어렵습니다. 사제가 직접 회중에게 성찬을 나누기도 합니다. 우리는 일어나 팔짱을 끼고 축복을 받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저도 사제를 축복하기 시작했습니다. “E anche te (당신도 축복합니다)”라고 작게 말하며 말입니다. 이 작은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형제들과 교우들을 알아가고, 그들의 헌신과 봉사를 존중하게 되었으며, 친구가 되었습니다.
카푸친 수도자들은 3년마다 순환 배치를 받습니다. 몇 해 전, 몰타에서 온 헤이든 형제가 부임했습니다. 그는 제 경험상 보기 드문 탁월한 설교자였습니다. 어느 일요일, 회중이 많자 그는 신자들이 앞으로 나와 성찬을 받게 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고, 미사 후 그가 다가와 영어로 말했습니다. “당신들이 앞으로 나오지 않아 축복을 하지 못했어요. 아쉬웠습니다.” 이 대화는 곧 점심 식사로 이어졌고, 긴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추수절 특산인 파스타 ‘치우스키오’, 구운 채소, 산조베세 와인을 곁들인 식사 자리에서, 우리는 코르토나와 몰타, 시카고에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수도자들의 헌신에 감탄하며, 특히 그들의 축복이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성찬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로마 중심 교회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헤이든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나누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친구이며 신앙의 동지입니다. 그러니 실질적으로 우리는 ‘성찬의 교제’ 안에 있는 것입니다. 성찬을 나누지 않는 것은 그 공동체 안의 아주 작은 예외일 뿐입니다.”
그는 덧붙였습니다. “부디 나를 축복해 주십시오. 그리고 저도 여러분을 축복하게 해주십시오. 모두가 그 모습을 보게 하십시오.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 중요합니다.” 그의 시야는 넓고 포용적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우리의 입장은 다소 좁았고, 어쩌면 합리화에 불과했는지도 모릅니다.
지난 부활절, 헤이든은 모든 교우들에게 성찬을 받든 축복을 받든 앞으로 나오라고 초대했습니다. 제가 팔짱을 끼고 그의 축복을 받기 위해 다가가자 그는 미소지었고, 제 머리에 손을 얹어 축복했습니다. 저는 팔짱을 그대로 한 채 말했습니다.
“Anche te, mio fratello(형제여, 당신도요).” 그러자 그는 영어로 다시 말했습니다.
“아니요, 제발 저도 축복해 주세요.” 그래서 저는 그의 머리에 손을 얹고 말했습니다.
“Ti benedico, fratello mio(내 형제여, 당신을 축복합니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