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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산원 - 인터넷 캡쳐 |
북한 선전매체인 ‘노동신문’ 6월 20일 자에 실은 기사는 독자 기고 형식을 빌려 사회주의 의료제도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제목은 《우리 사회주의보건제도가 제일입니다》.
그러나 이 기사 어디에도 실제 의료현장의 현실은 등장하지 않는다. 등장하는 것은 오직 “위대한 수령”, “어머니당”, “고마운 제도”에 대한 끝없는 충성심뿐이다.
이른바 ‘기고’ 형식으로 소개된 사례들은 모두 평양 중심의 특정 병원에서 극진한 치료를 받은 몇몇 인민의 이야기로, 의료진의 헌신이 마치 신화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들은 한 가지 공통된 패턴을 반복한다. 환자의 고통 → 위대한 제도의 구원 → 눈물 어린 감사 → 당에 대한 충성.
이것은 과연 의료 이야기인가, 아니면 정치종교적 의례인가?
■ “의료”의 이름을 빌린 우상숭배극
북한은 이번 기사에서 중증 환자나 선천성 질환을 앓는 어린이들조차 당의 덕으로 치료받는다고 강조했다. 한 여성은 심장병을 앓는 딸이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사랑의 손길 아래 두 번 다시 생명을 얻었다”고까지 표현했다.
이러한 서술은 과학적 의료 시스템의 결과가 아닌, 정치지도자의 은혜로 건강을 되찾는다는 종교적 언어에 가깝다.
실제로 기사에 언급된 병원들은 대체로 평양에 집중되어 있으며, 일반 주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 게다가 지방의 병원은 의약품, 의료기기, 심지어 의사조차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탈북자와 국제 NGO들의 일관된 증언이다.
■ 실상은 무너진 의료…선전으로 감춰진 붕괴
현실 속 북한의 의료는 어떤 모습인가?
* 마취제 없이 수술하는 병원
* 진통제 대신 알약 모양의 설탕 조각을 나눠주는 치료
* 환자 가족이 석탄과 식량을 직접 가져와야 진료 가능한 환경
이런 상황은 국제인권단체와 유엔 북한인권보고서에 반복적으로 언급돼 왔다. 그러나 노동신문은 인민이 “의료일군들의 밝은 얼굴에서 친혈육의 정을 느꼈다”고만 묘사한다. 마치 지구상 가장 선진적이고 감동적인 의료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허위 선전은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유도할 위험이 있다.
■ 결론: 건강이 아니라 체제 충성심을 ‘처방’받는 나라
북한의 사회주의 보건제도는 실제 건강을 보장하는 제도라기보다, 체제 선전의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의료진의 기술과 인도주의적 헌신은 왜곡되고 정치화되어 ‘어머니 당’과 ‘경애하는 수령’의 은혜로만 서술된다.
진정한 의료는 환자의 생명을 위해 과학과 윤리에 기반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의료는 환자의 몸이 아닌, 체제에 대한 ‘감사’를 치료 결과로 요구한다.
국가는 인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북한은 그 생명을 수단으로 삼아 체제 우상화를 강화하고 있다. 그야말로 의료의 탈을 쓴 선전이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코미디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