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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저장고에 가득 쌓인 감자를 배경으로 웃고 있는 김정은 - 인터넷 캡쳐 |
북한의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이 6월 21일 자 지면을 통해 ‘감자산’에 감동한 김정은 총비서의 현지지도 일화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국제사회는 북한 언론의 기능 상실과 개인숭배의 병리적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번 보도는 북한 함경북도 삼지연시의 감자가루 공장을 방문한 김정은 총비서가 “감자산이 금강산의 일만경치보다 아름답다”고 치켜세우며 감자저장고를 돌며 감탄을 거듭했다는 내용이다.
기사 전반은 감자와 김정은의 ‘위민헌신’을 끊임없이 연결 지으며, 일종의 신격화된 지도자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보도에 대해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는 "북한 언론은 더 이상 정보를 전달하거나 비판 기능을 수행하는 저널리즘 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개인숭배와 정치적 선전만을 반복하는 도구로 전락했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유엔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은 “감자저장고 하나를 놓고 지도자의 ‘위대성’을 노래하며 온 언론이 감격과 눈물로 점철되는 사회는 정보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도 존재하지 않는 억압적 체제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제인권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보도에 대해 “식량안보 위기와 극심한 인권 유린 속에서도 지도자가 감자 몇 알에 감동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마치 숭고한 희생처럼 포장하는 것은 인도주의적 감각을 마비시키는 선동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북한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의 보고에서도 반복적으로 극심한 식량난과 농업생산 기반 부족, 국제지원 부족이 지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은 마치 풍년과 인민 행복이 실현된 것처럼 허구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유럽 외교관은 익명을 전제로 “북한에서 가장 환영받는 보도는 ‘진실을 말하는 기사’가 아니라 ‘김정은을 감동시키는 기사’라는 사실 자체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언론이 ‘감자산’을 마치 금강산보다도 찬란한 성과로 미화한 이 기사는 단순한 농업 생산의 기록을 넘어, 언론자유의 부재와 개인숭배 문화가 어떤 극단적 형태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