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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중국 청년들 |
중국이 내달부터 ‘국가 인터넷 신분증’ 제도를 공식 시행하면서 전 세계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인 인터넷 사용에 국가가 직접 개입하는 이번 조치는 명목상 ‘디지털 경제 질서 확립’과 ‘보안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사실상 ‘디지털 전체주의’의 서막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 “이제 온라인에도 주민등록번호”…국가 주도 신원 인증 체계
중국 공안부를 포함한 6개 정부 부처는 최근 ‘국가 인터넷 신분 인증 공공서비스 관리방법’을 발표하며 오는 **7월 15일부터 정식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개인마다 문자와 숫자로 이루어진 ‘인터넷 번호’를 부여하고, 이와 연결된 실명 기반의 국가 인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관영 신화통신은 “국가가 직접 신원을 인증함으로써 개인 정보 유출을 줄이고 온라인 환경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인터넷 상의 모든 행위가 국가 통제망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구조다.
■ “디지털 감시사회로의 완전한 전환” 우려 커져
UC버클리 샤오창 연구원은 이 제도에 대해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게시글을 실시간으로 추적·삭제할 수 있게 되는 디지털 감시 인프라”라고 비판했다. 중앙집중형 통제 방식은 해킹 등 보안 측면에서도 심각한 허점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쑨하오천 홍콩대 법학과 교수는 “데이터가 하나의 중앙 서버에 집약되면, 오히려 외부 해커나 적대 세력의 주요 공격 타깃이 된다”며, 이 시스템이 본래 목표였던 ‘보안 강화’와 배치된다고 경고했다.
이미 중국 내 약 600만 명이 이 신분증 시스템에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백 개의 앱이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전체 온라인 인구 10억 명에 대한 관리와 추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 제도가 기존 ‘실명제’보다 한층 강력한 통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CNN은 “중국은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디지털 공간을 정부의 직접 통제 아래 두려는 시도를 지속해왔다”며, 이번 조치는 그 연장선에 있다고 지적했다.
■ ‘청소년 보호’ 명분의 표현 자유 제한도 병행
한편 중국 당국은 미성년자 보호를 명분으로 한 온라인 콘텐츠 정화 작업에도 나섰다. 성적 암시, 사이버 폭력, 지역차별, 사회질서 교란 등 폭넓은 기준을 내세워 콘텐츠 노출을 통제하고, 알고리즘 추천 및 생성형 AI 기술에도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 정보 분류 방법’의 초안은 플랫폼에 대해 ▲메인화면 노출 금지, ▲실시간 검색어 제외, ▲추천 시스템 차단 등을 명시하고 있으며, 사실상 검열 강화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국제사회, “중국 모델 수출될 수 있어”…감시기술의 글로벌화 우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조치가 단지 자국 내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일부 권위주의 국가들에게 모범 사례로 전파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미 중국산 감시기술이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에 수출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 인터넷 신분증제’ 역시 기술적 또는 정책적으로 모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도구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중국의 이번 조치는 기술이 어떻게 감시와 통제의 무기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가 되고 있다.
진보한 기술이 민주주의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경고음에, 국제사회는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