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것”이라는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현실을 직시할 것을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의 발언이 그간의 외교적 기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전 세계가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야욕에 더욱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는 21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에서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역을 원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침공이 아니라 계획된 침탈”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의 전쟁 광기와 그가 이란 정권 연장을 통해 전쟁 지속을 꾀하고 있다는 사실을 똑바로 보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러시아 군인의 발이 닿는 곳은 모두 러시아의 것”이라고 주장하며,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은 한 민족”이라는 식의 논리로 우크라이나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암시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는 “푸틴의 논리는 제국주의 그 자체이며, 국제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반발했다.
▣ 우크라이나 방위산업에 서방 지원 요청…“GDP 0.25%를”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NATO) 정상회의를 앞두고, 주요 서방국들에게 우크라이나 방위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 안보의 최전선에 있다”며 “GDP의 0.25%를 우크라이나의 국산 무기 생산과 방산 인프라에 투자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자국 무기 수요의 약 40%를 국산 무기로 충당하고 있으며, 덴마크·노르웨이·독일·영국·캐나다·리투아니아 등과 공동 생산 협정을 논의 중이다. 올여름에는 유럽 내 우크라이나 무기 생산라인 구축 계획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다음 주 예정된 나토 정상회의에서 방위비 지출 상향 및 우크라이나 지원금의 ‘군사비 포함’ 여부가 주요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나온 것이다. 나토는 현재 GDP 대비 군사비 2%에서 최대 5%까지 상향하는 가이드라인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 “러시아, 전사자 신원조차 무시”…전쟁 인식 차이 드러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스탄불 협상에 따라 교환하기로 한 전사자 중 최소 20구가 러시아군 시신이었다”며, “러시아는 자국 병사들의 생명조차 존중하지 않는 무책임한 전쟁국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직접 신분증을 공개하며 러시아군 시신임을 입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24~25일 예정된 나토 정상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23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참석 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직접 회동을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서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으나, 트럼프의 조기 귀국으로 양자 회담은 무산된 바 있다.
전쟁의 장기화와 함께 국제 사회의 피로감도 커지는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시금 서방의 결단과 현실 인식을 촉구하고 있다.
안·두·희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