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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시설 공격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단 아래 미군이 이란의 핵시설 세 곳(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을 전격 타격하면서 중동 정세가 일거에 전운으로 뒤덮였다.
이번 공습은 이란의 핵개발을 실질적으로 지연시켰다는 점에서 군사적 성과를 거뒀지만, 동시에 이란의 대응 여하에 따라 전면전으로 확산될 수 있는 불씨를 남겼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전까지만 해도 “2주 안에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시간을 주는 모양새를 보였으나, 불과 이틀 만에 이란 핵시설을 정밀 타격했다. 이 같은 선제 타격은 실질적으로는 이미 결정된 작전이었고, 협상의 여지를 남긴 듯한 발언은 연막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의 주요 핵농축시설은 완전히 제거됐다”며 “표적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명백히 이란에 대해 협상 테이블 대신 군사적 강압을 선택한 것이며, 다음 국면이 ‘확전’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을 결정한 배경에는 이스라엘과의 긴밀한 전략적 동맹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당시 아브라함 협정 체결, 예루살렘 대사관 이전 등을 통해 강력한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였고, 이번에도 이란의 핵능력이 임기 내 완성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의 초당적 이스라엘 지지 기조와 MAGA 지지층의 대외 개입 자제 요구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전자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란이 선택할 대응 전략에 따라 중동 전역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 CNN 등 미국 언론은 이란이 중동 내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 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의 대응을 택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대로 이란이 국제사회의 비난과 경제 제재를 우려해 대응을 자제할 수도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군 파병에는 선을 긋고 “목표는 이란 정권교체가 아닌 핵개발 저지”라고 강조함으로써 이란의 확전 명분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적 언사를 구사하고 있다.
▣ 전면전 확산 시나리오 : 예멘·헤즈볼라·이라크까지
사태가 악화될 경우 이란의 지역 연계 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등이 연합해 미국과 이스라엘을 동시에 압박하는 다중 전선이 펼쳐질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은 의도치 않게 대규모 전면전에 휘말리게 되며,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적 개입 전략’은 조기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미국이 B-2 폭격기와 GBU-57 벙커버스터를 동원해 타격한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 하더라도 이란 핵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핵기술과 연구 인력은 그대로 존재하며, 이란이 ‘저항’을 택할 경우 NPT 탈퇴, 지하 개발 재개, 강경 통치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이란은 ‘핵 포기냐, 확전이냐’의 문턱 앞에 서 있다. 그리고 전 세계는 숨죽이며 이란의 선택을 주시하고 있다.
안·두·희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