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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을 방문한 일본 조총련 소속 청소년들 |
한일 국교수교 60주년을 맞은 가운데 북한도 일본과의 교류에 속도를 내고 있는 형국입니다. 조선소년단 교류 명목으로 일본 조총련 소속 청년들이 평양일대의 주요 사적지 및 만경대혁명학원 원생들과의 교류에 나섰습니다.
일반 청소년들과의 교류가 아닌 북한 최고의 간부자제들이 있는 만경대혁명학원을 찾은 것은, 단순한 교류가 아닌 고도의 정치적 선전선동이라고 볼수 있는데요. 북한 관영매체는 물론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민족애와 사회주의 충성을 강조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이념 세뇌 프로그램’으로 규정하고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정나라를 방문하거나 특정 유적지를 탐방하는 것은, 청소년기 감수성이 아주 예민한 시기에 어떤 사관(사관), 다시말해 세계관을 확립한다는 차원에서 아주 중요한 교육의 연장선이라고 하겠습니다.
북한과 일본의 조총련도 나름대로 이런 식의 계획을 두고 교류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인데, 문제는 이같은 교류가 자기계발을 육성하고 올바른 세계관을 정립한다는 차원이 아닌,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선전선동의 도구가 되는 것은 크나큰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북한은 오늘 이 시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올해, 북한과 일본 내 친북단체 조총련 간의 이른바 ‘청소년 교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이번 조총련 소속 청소년들의 만경대혁명학원 방문이 단순한 문화 교류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입니까?
- 명백하게 말하자면, 이번 교류는 청소년 간의 자연스러운 문화 교류로 볼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방문 장소가 평양의 ‘만경대혁명학원’이라는 점에서 그 의도는 더욱 분명해 보입다. 이곳은 북한 내에서도 특수 엘리트를 양성하는 정치적이고 군사적인 상징 기관입니다.
외부 청소년과의 교류를 이곳에서 진행했다는 것은 곧 “혁명정신의 계승자”라는 메시지를 부여하고자 하는 정치적 연출이고, 북한사회를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의 학생들에게 북한전체 학생들의 분위기나 처우, 생활수준 등이 비슷할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시기의 세계관을 심각히 왜곡시킬 수 있는 부분 또한 존재합니다.
2. 만경대혁명학원은 어떤 곳이며, 이곳에서의 교류가 상징하는 북한의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 만경대혁명학원은 말 그대로 북한 정권의 ‘충성 엘리트’를 키우는 요람입니다. 김정일, 김정은 모두 이곳과 깊은 연관이 있고, 졸업생 다수는 군부, 정보기관, 노동당 간부로 진출합니다. 재일동포 학생들이 이들과 교류했다는 것은 단순한 친선이 아니라 “너희도 우리의 핵심 혁명 후계자”라는 메시지로 사상이념적으로 조총련 학생들을 묶어두려는 고도의 의도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일본 조총련계 청소년들이 북한의 청소년들이 대부분 민경대혁명학원과 같은 수준의 생활을 누릴 것이라는 착각도 불러일으킵니다. 평양을 제외한 북한 지방의 청소년들과는 참으로 하늘과 땅 차이라는 진실은 전혀 알지도 못하는 것이죠.
3. 북한은 왜 지금 이 시기에 일본 조총련 청소년들과의 교류를 강조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 올해는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으로, 일본과 한국 간 안보·외교 공조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조총련은 일본 내 유일한 우군이자 선전기지입니다. 하지만 조총련의 조직력과 청년층 결속력은 지속적으로 약화돼 왔는데요.
지금 이 시점에서 청소년들을 북한으로 보내 북한사회에 대한 충성을 강화하려는 것은 조총련으로서는 자신들의 내부 결속 회복, 나아가 대일 외교선전 강화라는 이중 목적을 염두에 두고 있고, 북한당국으로서도 약화되고 있는 일본내 조총련의 위상을 높여 대일 외교전에 우위를 점하려는 것과, 기성세대가 아닌 청소년 세대부터 북한에 대한 충성심, 주체사상 고취 등의 목적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4.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번 교류를 통해 ‘조국애’, ‘혈연의식’, ‘혁명 전통 계승’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어떤 선전전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까요?
- 전형적인 세뇌 교육의 일환입니다. ‘우리는 하나다’, ‘조국은 따뜻하다’라는 감성적 언어를 반복하면서, 북한 체제에 대한 충성을 부드럽게 주입하는 방식이죠. 특히 “원수님만 따라가겠다”는 가사나 ‘조선의 피가 흐른다’는 표현은 어린 학생들에게 개인과 이념을 일치시키는 전체주의적 교육 효과를 의도한 것입니다.
이러한 교육은 자유로운 일본 청소년 사회에서의 갈등과 충돌을 야기하는 부작용이 있을 뿐만아니라,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사상 자유’ 원칙과도 맞지 않습니다. 자유롭고 건강하게 성장해야 할 청소년들을 제약하고 억누르려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5. 이러한 교류와 선전이 재일 동포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구요. 특히 국제사회가 어떤 대응을 취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년들의 정체성 혼란입니다. 일본에서 성장하며 일본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북한에서 충성 이념을 주입받고 돌아오는 것이 과연 정상적일까요? 결국 그 사회 속에서 이질적인 정치문화와 충돌을 빗게 될 것이고, 재일동포사회 내부에서도 이념적 분열이 깊어질 것입니다. 이는 일본 사회와의 건강한 소통을 더욱 어렵게 만들죠.
그리고 국제사회는 이같은 문제를 단순한 교류행사가 아닌, ‘아동에 대한 정치선전’이라는 인권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일본 정부는 조총련 학교와 북한 간의 폐쇄적 교류에 대해 보다 엄정한 정보 공개 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등 국제기구도 이념세뇌 프로그램의 실태를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류가 아니라 세뇌를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더 이상 교육이 아닙니다.
* 한반도 르포에서는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의 KBS한민족방송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과 북한내부의 인권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