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열린 제8기 제12차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통해 상반기 정책을 결산하고 하반기 계획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그러나 회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은 전면 비공개 처리됐고, 기대됐던 외교적 입장 표명이나 군사 실패에 대한 책임 추궁은 끝내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내외적 위기를 덮기 위한 정치적 형식주의와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김정은의 연설이 전례 없이 ‘전면 비공개’로 처리된 점에 주목한다. 이는 지도자의 정책 비전이나 외부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당내 체제 정비와 내부 권력 결속을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인민을 위한 회의’라기보다 ‘지도자를 위한 의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한미 양국이 최근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북한은 전원회의에서 외교·대외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고립 외교의 고착화와 동시에 외부 세계에 대한 전략적 판단력 결여를 드러낸다. ‘관망’이라는 해석은 실상 ‘무전략’의 포장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비판은 지난달 벌어진 5천t급 구축함 ‘강건호’의 좌초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당시 사고 현장에서 “해당 간부들의 무책임한 과오는 전원회의에서 취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공개 경고했으나, 전원회의 보도 어디에서도 책임 추궁은커녕 언급조차 사라졌다. 이는 ‘책임 정치’의 부재와 ‘면피 체제’의 민낯을 드러내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경제 분야 역시 ‘자립경제’와 ‘공업 현대화’라는 막연한 구호만 되풀이됐을 뿐, 구체적인 실천 계획은 전무했다. 현실을 외면한 이데올로기 중심의 경제 언급은 실패한 계획경제 체제를 더욱 고착화시킬 뿐이라는 비판도 따른다.
북한 주민들이 마주한 식량난, 전력난 등 민생 위기에 대한 구체적 대응책 없이 ‘장밋빛 설계도’만 제시한 회의는 선전용 행사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9차 당 대회 소집 결정과 해방 80돌, 당 창건 80돌 경축사업 계획 등 ‘행사 정치’에 집중하는 모습도 비판받고 있다. 정작 민생은 뒷전인 채 기념일 중심의 정치 쇼로 내부 결속만을 꾀하려는 의도는, 북한 체제가 여전히 현실보다는 상징에 집착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는 샘이다.
이번 회의에서의 인사이동 또한, 실질적인 정책 실패에 따른 문책보다는 권력 지형 변화에 따른 정치적 안배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리히용의 상무위원 승격, 리병철의 강등, 리일환의 실종 등은 체제 내부의 줄세우기 정치를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번 노동당 전원회의는 정책 총화도, 실책 문책도, 비전 제시도 없는 껍데기뿐인 정치 이벤트였다.
이에 한국자유회의 최이상 기획위원은 “북한이 ‘인민을 위한 정치’를 선언하려면, 먼저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태도부터 회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반복되는 ‘확대회의’는 체제의 경직성과 한계를 확인시켜주는 행사에 그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