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 캡쳐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4일 평양국제문화회관에서 열린 이른바 ‘계급교양주제 미술전시회’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전시는 ‘6.25미제반대투쟁의 날’에 즈음해 열렸으며, 미군과 일본을 ‘철천지원수’로 규정하고 적개심을 부추기는 선전용 미술작품들이 대거 전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시회는 예술을 통한 성찰이나 역사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시도는커녕, 체제 유지와 증오의 감정 조작을 위한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감정을 조작하는 정치 선동
전시회에 소개된 작품은 대부분 일방적이고 과장된 묘사로 점철되어 있다. 유화 ‘서해가에 서린 원한’과 ‘103번째 어린이의 절규’는 미군의 ‘야수적 만행’을 강조하며 증오심을 자극한다.
또한 ‘설날 밤’, ‘오소리굴에서’와 같은 조선화 및 조각은 일제를 규탄하면서도 한 치의 역사적 복합성이나 사실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변도의 ‘피해자-가해자’ 구도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 정권이 매년 반복하는 이러한 전시물은 전혀 새롭지도, 창의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이들은 ‘역사’라는 이름 아래 폭력을 정당화하고, ‘예술’이라는 형식을 빌려 체제 충성을 강요하는 도구로 전락해 있다.
‘정의의 핵’? 예술로 포장된 전쟁 위협
특히 심각한 것은 전시된 일부 선전화와 서예 작품이다. ‘폭제의 핵에는 정의의 핵으로’, ‘한국깡패무리들을 무자비하게 괴멸시키자’는 표현은 예술의 영역을 벗어나 전쟁 위협을 정당화하는 직접적 정치 메시지다. 예술로 가장한 폭력 선동이자, 국제 사회의 평화를 명백히 위협하는 무책임한 선전물이다.
이러한 표현은 단순한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북한 내부의 증오 정치와 외부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념 공작의 일환이며, 자라나는 세대에게 왜곡된 역사 인식과 배타적 민족주의를 주입하는 교육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예술’의 이름으로 파괴된 진실
정상국가라면 전시회는 공존과 반성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 ‘예술’은 권력의 시녀로, 인민 통제를 위한 심리전으로 오용되고 있다.
미술 전시회라 불리는 이 행사는 자유롭고 건강한 문화예술의 정의를 철저히 유린하며, 북한 정권의 폐쇄성과 공격성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사례로 남게 되었다.
북한이 진정으로 세계와 소통하고 싶다면, 역사와 적대의 감정을 미술로 포장하는 전시회가 아닌, 인권과 평화, 자유에 대한 새로운 예술의 언어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