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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근 사설을 통해 “5개년계획의 성과적 완결”을 외치며, 조선노동당 제8기 제12차 전원회의의 결정을 전면 지지하는 내용의 장문 선전을 게재했다.
그러나 사설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미사여구와 추상적인 결의는 실질적인 경제성과에 대한 분석이나 국민 삶의 개선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 없이 정치적 수사에 그쳐,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허위 의지 표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허상 위에 쌓인 ‘전면적 부흥’
사설은 “전면적 국가부흥”, “기적적 승리”, “역사적 분수령” 등의 표현을 수십 차례 반복하며, 고조된 애국심과 충성심으로 올해 안에 5개년계획의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자고 독려한다.
그러나 이른바 “성과”에 대한 구체적 지표는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생산지표, 산업별 성장률, 주민소득 증가나 식량난 해소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 없이 오로지 “혁명정신”과 “결의”만을 강조하는 이 같은 담론은, 실질을 숨기고 허상을 내세우는 정치 선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설은 “더 과감하게, 더 실속있게, 더 긴장하게 분투하자”는 구호로 전국민 총동원을 독려하며, 모든 부문과 단위에 “립체전”, “공격전”을 주문한다. 이는 사실상 각 부문에서 상반기에 실패한 계획들을 남은 6개월 동안 무리하게 채우기 위해 주민들에게 과도한 동원과 희생을 요구하겠다는 선언이다.
특히 “모든 일군들은 자신들이 책임진다는 입장에서 혼신을 다 바쳐야 한다”는 문구는, 당 간부들의 독단적이고 비과학적인 명령 체계를 합리화하며, 인권침해성 강제노동을 미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 자력갱생이라는 폐쇄 회귀
사설은 “자생자결의 혁명정신”, “주체적 힘”을 강조하며 외부와의 협력이나 개방에는 단 한 줄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고립 속에서 모든 것을 자체 해결하겠다는 이념적 고집은, 이미 실패가 입증된 ‘자력갱생’이라는 구호 아래 다시금 주민을 혹사시키겠다는 위험한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제재와 외부 지원 차단으로 인한 식량난과 에너지 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실질적 해법 없는 반복 구호는 국제사회의 조소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또한 사설은 조국해방 80주년과 당창건 80주년을 “역사적 분수령”이라 칭하며 이를 향한 전면투쟁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기념행사를 경제정책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계획경제 실패와 행정 무능을 가리기 위한 정치선전의 도구로 ‘기념일’까지 동원하는 것은, 주민 고통을 동력 삼아 체제 정당성을 유지하려는 선전 통치의 전형적 모습이다.
이번 노동신문 사설은 마치 1950년대 선동문을 연상케 하는 언어로 가득 차 있다. “영광의 대회”, “혁명강령”, “분투정신”이라는 단어는 익숙하지만, 오늘날 북한 주민들이 직면한 현실은 식량난, 전력난, 경제 침체라는 절박한 문제들이다.
혁명적 구호로는 더 이상 주민의 고통을 달랠 수 없으며, 빈말로 채워진 5개년계획의 종결은 결국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지도부가 외면하고 있는 것은 바로 ‘현실’이다.
주민이 원하는 것은 ‘기적’이 아니라 하루 세 끼의 식사와 기본적인 생존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