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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최근 일본 내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교토조선초급학교에서 진행된 '잔디심기 작업'을 감동적인 동포애와 민족교육의 현장으로 미화하며 대대적인 보도를 내보냈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순수한 지역 행사처럼 보이는 이 작업 뒤에는 조선학교와 조총련이 여전히 북한 체제를 미화하고 청소년들에게 정치 이념을 주입하는 구조가 견고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교 운동장에 잔디 심으며 충성심도 함께?”
보도에 따르면, 교토조선초급학교 운동장에 4만 포기의 천연 잔디를 심는 이틀간의 작업에 총련 학부모, 졸업생, 그리고 일부 일본인 지지자까지 총 450명이 참가했다. 조선신보는 이를 “우리 학교를 위한 헌신적 동포애의 발현”으로 찬양했다.
하지만 행사 도중 인용된 김정은의 ‘강령적 서한’과 “총련은 스승이자 후견인이 되어야 한다”는 문구는 단순한 학교 환경 개선이 아닌, 북한 체제 충성심을 지역사회 차원에서 재확인시키는 정치 선전의 장으로 변질됐음을 보여준다.
조선신보는 “우리 학교 교육환경은 동포들의 후대사랑의 힘으로 ‘이상적인 배움터’가 되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른 시기부터 북한식 이념교육이 이뤄지고,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초상화와 ‘혁명사’ 교과가 존재하는 조선학교의 실태는 민주주의 가치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일본 정부가 조선학교에 대한 공적 지원을 축소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정치적 세뇌가 병행되고,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내용이 수업이나 학교 행사의 일부로 계속 편입되기 때문이다.
동포사회의 ‘노스탤지어’를 이용한 감성 전략
이번 보도에서 주목할 점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교사가 되었다”는 식의 감성 서술이다. 이는 총련이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세대 계승’이라는 감정적 호소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조선학교에 대한 ‘사랑’은 교육적 성과가 아니라 체제 충성심을 기준으로 측정되는 것이다.
특히 “잔디 심기를 통해 학생들에게 동포애와 민족정신을 심었다”는 표현은, 교육의 목적이 지식과 비판적 사고 함양이 아니라 ‘동포’라는 집단정체성과 ‘조국’이라는 추상적 개념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을 키우는 데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교육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정치행사
일본 사회에서 조선학교는 소수민족 교육기관이라는 보호를 받는 한편, 북한 체제 선전과 외교적 민감성을 동반하는 정치 문제의 중심에 놓여 있다.
이번 잔디심기 역시 운동장 개선이라는 명분 뒤에 정치적 충성심과 ‘김정은 중심’ 사상의 침투를 은연중에 강화시키는 행사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잔디는 뿌리를 내렸지만, 진정한 교육의 뿌리는 자유와 진실 위에 세워져야 한다. 교실에 필요한 것은 초록색 잔디보다 다양한 세계를 배우고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