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38] 비평가 이후의 예수 ①
  • 마이클 C. 레가스피 is associate professor of Old Testament at St. Vladimir’s Orthodox Theological Seminary in Yonkers, NY. 정교 신학대학 부교수

  • “역사적 예수”에 대한 탐구는 기독교 자체만큼 오래되었다. 예수의 초기 추종자들과 그들에 의해 형성된 기이한 공동체들은 너무나도 과장되어 보였기에, 외부인들은 당연히 그 소란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했다. 사람들로부터 신으로 숭배받는 이 예수란 자는 누구인가?

    기독교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번성하며 세계의 일부를 지배하게 되자, 질문은 더 날카로워졌다. “예수가 누구였는가?”가 아니라, “예수가 진짜 누구였는가?”로. 이는 기독교 교회들, 즉 그들의 교리와 위계, 이단 심판, 정교한 의식—곧 종교—가 그 모든 것을 잘못 이해한 것은 아닌지 묻는 방식이었다. 혹시 그들은 한 인간의 생애를 지나치게 과장한 것은 아닐까?

    근대에 들어, “역사적 예수”를 찾는 책임은 주로 성서학자들에게 맡겨졌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의 예수 연구나 신약성서 연구 전체가 본질적으로 기독교 신앙에 적대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의 한 흐름은 교리적 덧칠을 제거하고 교회 전통을 벗긴 채 예수의 역사적 본모습을 복원하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예수는 그의 말과 행동, 동기를 그가 살았던 기독교 이전 시대와 문화 속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일레인 페이글스(Elaine Pagels)는 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주목받은 신약성서 학자 중 한 명이며, 초기 교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학문적 전통에 익숙하다. 그녀가 가장 유명해진 이유는 고대 영지주의 문헌에 대한 연구 때문이다. 이 문헌들은 예수와 예수의 가르침에 대한 이단으로 배척된 다양한 해석을 담고 있다.

    그녀의 책 『영지 복음서』(1979)는 영지주의 사상을 이단이 아니라 억울하게 억눌린 매력적인 기독교 사상으로 제시하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여러 상을 수상했다. 대중과 소통하는 데 뛰어난 재능을 가진 페이글스는 지난 40여 년 동안 대안적 기독교 전통의 권위자로 인정받아왔다.

    신작 『기적과 경이: 예수의 역사적 신비』에서 페이글스는 역사적 예수에 주목한다. 이 책은 그녀의 성공적인 학문 경력의 말미에 나온 것으로, 일종의 회고적 성격을 띤다. 초기 기독교 세계의 중심에 있었던 수수께끼 같은 인물 예수와 마주하려는 시도이다. 페이글스는 자신의 신앙 여정 이야기로 책을 시작한다.

    미국 교외의 작은 감리교회에서 시작하여 빌리 그레이엄 집회에서의 ‘거듭남’ 경험, 그리고 18개월 후 기독교 신앙을 거부하게 되기까지. 이후 그녀는 세속 학계에서 평생 기독교를 탐구해왔다. “수십 년간 기독교 전통의 주제와 본문, 수수께끼에 대해 성찰해온 지금에서야 비로소 예수의 이야기와 직접 마주할 준비가 되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페이글스에게 이 만남은 두 가지 질문과 마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첫째는 역사 속 인물로서의 예수가 누구였는가이고, 둘째는 오늘날 예수가 누구인가이다. 이에 따라 그녀는 역사적 질문에 여섯 장을 할애한 뒤, 마지막 장에서 예수의 현대적 의미를 성찰한다.

    비록 페이글스가 직접적으로 이 표현을 사용하진 않지만, 신약성서 연구에 익숙한 독자라면 이 책 속에서 “역사 속의 예수(Jesus of history)”와 “신앙 속의 그리스도(Christ of faith)” 간의 구분이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자는 인간으로서의 예수—욕망과 한계를 지닌 역사적 인물—이며, 후자는 신적 위계 위에 군림하고 경배를 요구하는 초월적 존재이다.

    역사학자의 논리에 따르면, 역사 속의 예수가 신앙 속의 그리스도를 낳은 것이다(니케아 신경의 반대 방향). 예수 연구자들은 이 둘을 분리하려고 노력해왔다. 신학은 역사로부터 제거되어야만 예수를 있는 그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정녀 탄생을 보자. 신학적으로는 예수가 동정녀에게서 태어났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수 있으나, 역사적으로 예수의 출생은 어떠했는가? 페이글스는 복음서에서 단서를 찾는다. 대부분의 신약학자들처럼, 그녀는 마가복음이 가장 이른 시기(약 주후 70년경)에 기록되었고, 마태와 누가는 마가를 참고하여 다음 세대에 쓰였다고 본다. 요한복음은 이들과 독립적으로, 더 나중에 등장한다.

    페이글스는 마가복음에는 예수의 출생 이야기가 없으며, 나사렛 사람들은 그를 ‘마리아의 아들’(막 6:3)로만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어머니와 “형제들”(의붓형제나 사촌일 수 있음)은 있었지만, 아버지는 언급되지 않는다. 마태와 누가는 마가에서 암시된 ‘사생아 예수’의 이미지를 방어하고자, 이사야 7:14와 불임 여성의 기적과 같은 구약 요소들을 활용해 탄생 이야기를 창작했다는 것이다.

    요세푸스의 기록을 인용하며, 페이글스는 예수 탄생 당시 로마 병사들이 갈릴리 지역에서 작전을 벌이고 있었으며, 마리아 역시 병사들에게 강간당한 수많은 유대 젊은 여성들 중 한 명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녀는 이는 자신의 독창적 제안이 아님을 인정하며, 예수가 실제로 로마 장교 판테라의 아들이라는 고대 교회 시기부터 존재한 주장도 소개한다. 그러나 페이글스는 이 “판테라” 이론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 증거가 “정황적”일 뿐 아니라 지나치게 추측적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 이야기를 들고 나온 이유는 예수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특정하기 위함이 아니라, 로마 점령 하 유대 사회에 만연했던 억압과 폭력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강간이 일어났을 수도 있었고, 역사적 예수를 이해하려는 사람은 이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 페이글스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무엇이 실제로 일어났는지—신의 기적인지, 인간의 비극인지, 혹은 둘 다인지—누가 알 수 있겠는가?”   <계속>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06-28 07:05]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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