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르포] 북한판 '산학협력'의 허구
  • - 기업소에 교육 환경 개선까지 떠넘기는 북한의 현실
    - ‘충성도’와 ‘정치활동’ 위주 평가.. 전문성이나 교육 혁신은 뒷전
  • 김책제철련합기업소 전경  인터넷 캡쳐
    김책제철련합기업소 전경 - 인터넷 캡쳐

    북한이 최근 대학의 교육 환경 개선을 각 지역에 있는 기업소에 떠넘기고 있는 실태가 확인되면서, 이를 단순한 미담으로 포장한 북한 당국의 태도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이 선전한 내용을 보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최근 김책제철련합기업소, 흥남비료련합기업소 등 각지 공장 및 기업소들이 관할 대학들의 강의실을 개선하고 교육 기자재를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전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김책제철련합기업소가 청진공업대학의 종합강의실을 '현대화'했다고 하며, 상농광산, 김정숙평양방직공장 등도 관할 대학의 교육설비를 자체적으로 마련해주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는 것이죠. 표면적으로는 대학의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기업소들의 미담처럼 보이고, 한국 등 자유세계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산학협력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보여지지만, 이는 교육에 대한 당국의 책무를 기업소에 전가한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북한은 오늘 이 시간, 북한 당국이 선전하는 기업소들의 지원사업과 교육 당국의 상황, 그리고 자유사회의 산학협력과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지 등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최근 보도에 따르면 북한 각지 기업소들이 대학 강의실 현대화나 교육기자재 제공에 나서고 있다고 하는데요. 겉보기에 긍정적일 수도 있어 보입니다. 대표님은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시나요?

    - 표면적으로는 자유사회의 산학협력, 다시말해 산업과 학교의 협력 프로그램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북한의 대학은 정부 예산이나 자율적인 재정이 없는 구조입니다. 대학 운영과 교육 인프라가 중앙에서 전혀 지원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장이나 광산 같은 기업소가 그 부담을 떠안고 있는 겁니다. 이는 체계적인 교육 행정이라기보다는 당의 지시 하에 이뤄지는 충성 경쟁의 일환이라고 하겠는데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들이 제대로 마련되지를 않는거죠. 나머지 하급학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종 과제들과 농사철이 되면 모두 여기에 동원되어야하는 상황이니 평양 등 대도시 중심의 특정 대학을 제외하고는 제대로된 학업이나 연구 등을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하겠습니다.

    2. 그렇다면 북한 당국이 말하는 ‘인재중시’ 기조는 실제 교육 정책과는 괴리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인재중시’는 선전용 구호에 불과합니다. 실제로는 교육에 대한 당국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당국이 교육의 주체로서 역할을 다하지 않고, 각 단위에 떠넘기는 구조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교육의 질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습니다. 대학 교수들조차 교재, 장비, 강의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소에 일종의 ‘도움 요청 공문’을 보내야 할 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김책공업대학 전경  인터넷 캡쳐
    김책공업대학 전경 - 인터넷 캡쳐

    3. 기업소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클 것 같은데요. 이런 방식이 지속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 전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대부분 기업소는 경제난 속에서 자립경영 자체가 어려운 상태입니다. 제대로 공장이 가동되는 가동률이 30%를 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당의 방침’이라는 이유로 대학 시설을 개보수하거나 기자재를 마련해야 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생산성과 경영 효율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결국 기업소는 본연의 생산을 통한 이윤 창출 등의 업무가 아니라 정치적 ‘실적 쌓기’에 자원을 소모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거죠.

    4. 북한 내 대학의 자율성이나 자체 재정 확보는 어떤 수준인가요?

    - 전무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북한의 대학은 교육과 연구에 필요한 예산을 독립적으로 조달할 수 없습니다. 외부 기부나 산학협력은 물론, 자체 수익사업도 거의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나마의 자금줄도 당국의 정치적 우선순위에 따라 좌우됩니다. 이 때문에 대학이 발전적인 비전을 가지거나 체계적인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평양을 중심으로하는 일부 특수 대학들은 성격이 좀 다르죠. 당국이 요구하는 간부인력을 양성하는 차원의 학교들은 특별관리 대상등으로 많은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흥남비료연합기업소 전경  인터넷 캡쳐
    흥남비료연합기업소 전경 - 인터넷 캡쳐

    5. 이런 구조적 문제들이 북한 고등교육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암 걱정인데. 그리고 국제사회가 이런 현상들을 어떤 바라봐야 할까요.

    -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북한의 청년들은 이론 중심의 교육에만 머무르고 있으며, 실제적인 기술 습득이나 창의력 개발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또, 교육자들도 ‘충성도’와 ‘정치활동’ 위주로 평가받기 때문에 전문성이나 교육 혁신은 뒷전입니다. 결국 이러한 구조는 북한이 주장하는 ‘자립경제’나 ‘과학기술 강국’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북한의 교육 현실은 단순히 ‘낙후’나 ‘빈곤’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 구조상 의도된 통제의 결과입니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북한 교육 문제를 인도주의적 접근뿐 아니라, 체제 비판적 시각에서도 지속적으로 조명해야 합니다. 또한 한국 역시 북한의 구조적 교육 왜곡을 외교 및 인권 아젠다로 꾸준히 제기해야 할 것입니다.

    * 한반도 르포에서는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의 KBS한민족방송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과 북한내부의 인권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 글쓴날 : [25-06-29 22:53]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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