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돋보기] 정치선전으로 포장된 수확작전
  • - 북한 밀·보리 수확 보도 이면의 허구와 착취
  •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노동신문은 최근 평안남도를 중심으로 밀·보리 수확이 98%에 이르렀다며,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영도 아래 농업 생산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혁신’과 ‘성과’의 그림자 뒤에는 비합리적인 동원 체제, 과도한 정치 선전, 구조적인 식량난이 감춰져 있다.

    북한은 단순한 농사 보도를 ‘당창건 80돌’과 연결하며 과도한 정치선전으로 물들였다. “애국열의를 고조시키는 강연선전대”와 “〈강대한 어머니 내 조국〉 같은 노래 공연”이 농작업보다 먼저 언급된다.

    이는 생산의 주체인 농업 근로자들의 현실을 외면한 채, 모든 것을 정치적 충성심의 문제로 몰아가는 북한 체제의 전형적 모습이다.

    ■ “열흘 만에 98%”라는 수치는 과연 사실인가?

    노동신문은 밀·보리 수확이 98%, 탈곡이 95% 진행되었다고 주장하지만, 그 수치의 신뢰성은 매우 의심스럽다. 지난해보다 수천 정보 늘어난 면적에서 기계 고장과 변덕스러운 날씨를 감안하더라도 열흘 만에 사실상 수확을 완료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과장된 선전이다. 이는 실적 압박에 따른 통계 왜곡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확작업에는 “수만 명의 공장 근로자들과 주민들”이 동원되었다고 보도되었는데, 자발성은커녕 전형적인 ‘총동원령’의 결과다.

    시·군 단위 기관 간부들이 농장에 파견돼 농민들을 “각성분발”시키는 행위는 사실상 감시와 강제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는 북한의 구조적 인권문제 중 하나인 ‘강제노동’의 실태를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부분이다.

    ■ 농기계 가동률 ‘선전’…실제 농촌 현실과 괴리

    수확기와 탈곡기의 ‘만가동’이라는 표현은 현장의 실상을 감춘다. 북한 농업은 여전히 기계화율이 낮고, 부품이나 연료 부족으로 인해 수많은 농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 처해 있다. ‘이동수리조’를 통한 수리 노력은 오히려 체계적인 농기계 관리체계가 부재함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북한 당국은 끊임없이 ‘성과’를 부각하지만, 유엔과 국제 구호기구들은 북한의 식량난이 여전히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복되는 기후 악재, 비료·연료 부족, 폐쇄적인 경제체제는 수확량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결국 이 보도는 주민들에게는 위로가 아닌 허상이며, 외부 세계에는 체제 선전을 위한 미끼에 불과하다.

    ■ 허구의 수확보다 필요한 것은 개혁과 개방

    밀과 보리를 수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북한 농업의 근본적 구조개혁이다. 반복되는 정치선전, 과잉동원, 왜곡된 통계는 진정한 식량 안보를 담보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실적 자랑보다 주민의 식탁에 실제로 무엇이 오르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농민의 땀을 체제 충성 경쟁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현실이 지속되는 한, 북한의 '풍요'는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다.

    김·성·일 <취재기자>
  • 글쓴날 : [25-07-01 14:31]
    • 김성일 기자[rlatjddlf21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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