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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민주파 정당 ‘사회민주연합(社民連, 사민련)’이 6월 29일 공식 해산을 선언하면서, 홍콩의 시민사회는 사실상 완전한 붕괴 국면에 들어섰다. 중국 공산당의 전방위적 정치 탄압이 5년여 만에 홍콩의 모든 민주정당을 소멸시킨 셈이다.
"정치적 압력에 굴복…20주년도 넘기지 못했다"
사민련은 해산 성명에서 “강력한 정치적 압력과 위협 속에서 불가피한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2006년 창당된 이 정당은 "저항 없는 변화는 없다"는 기치를 내걸고 활동했으며, 2008년에는 입법회 의석 3석을 확보하는 등 민주파 제3당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그러나 사민련은 내년 5월 예정돼 있던 창당 20주년을 맞이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사민련 관계자에 따르면, 2025년 4월부터 정당 해산을 요구하는 ‘전화자’의 협박성 연락이 반복되었고, “7월 1일 이전 자진 해산하지 않으면 강제 해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사실상의 공권력에 의한 해체 압박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의 체계적 말살
2020년 6월 30일 발효된 이른바 ‘홍콩 국가보안법’은 “분리, 전복, 테러, 외세 공모”를 광범위하게 규정하며 민주세력 탄압의 전면적 도구로 활용돼 왔다. 2024년까지 90개 이상의 단체·조직이 자진 혹은 강제 해산되었으며, 그 중 상당수가 정치·인권·시민사회 관련 조직이었다.
이번 사민련 해산으로, 홍콩의 전통적 민주파 정당은 사실상 전멸한 셈이다. 중국 정부는 정치 조직뿐 아니라 언론, 대학, 노동조합 등 시민사회의 모든 ‘논쟁 공간’을 체계적으로 제거해 왔다.
“홍콩은 이제 중국 본토보다 더 암흑 상태”
중국 본토 출신 인권변호사 우샤오핑은 “홍콩은 지금 완전히 중국 공산당이 만든 적색 테러 체제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결사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이미 사라졌고, 이제 누구든지 시민운동을 시도하면 곧바로 '국가안보 위협 세력'으로 몰릴 것”이라며 현 상황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홍콩의 시민사회 붕괴가 중국 본토보다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경고하며, “공공의 담론 공간은 폐쇄되고 언론은 냉각기 상태에 들어섰으며, 정치 환경의 악화는 본토를 능가한다”고 지적했다.
쩡젠위안 전 입법회 의원도 “법치라는 이름 아래 경찰과 사법기관이 오히려 공산당의 정치적 명령을 집행하는 억압 기구로 전락했다”며, “더 이상 법은 민의를 반영하지 않고 당의 의지만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붉은 어둠 속에 가라앉는 홍콩의 미래
우 변호사는 “홍콩은 앞으로 더욱 어두워질 것이며, 부패가 되풀이되고 경제는 계속 악화될 것”이라면서 “전체 사회는 말문이 막힌 듯한 침묵 속에 적색 공포 체제로 이행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것은 단지 미래의 우려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현실로 벌어지고 있는 사태”라고 강조했다.
사민련의 해산은 단지 하나의 정당 해체가 아니라, 자유의 종언을 상징한다. 민주주의와 시민 자율의 공간으로 한때 아시아의 등불이었던 홍콩은 이제, 철저히 감시되고 침묵을 강요받는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저항 없는 변화는 없다”는 구호는 이제 홍콩이 아닌 세계 시민들에게 던지는 마지막 경고처럼 들린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