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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2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월 5일자 기사에서 “불멸의 전승업적을 뜨겁게 전하는 사연깊은 승용차”라는 제목 아래, 한국전쟁(북한 표현 ‘조국해방전쟁’) 당시 김일성이 사용했다는 승용차를 찬양하며 그의 지도력과 ‘전승신화’를 미화했다.
해당 차량은 현재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기사에 따르면 이는 “김일성 주석이 철교의 침목을 넘고 전선 사령부를 직접 방문하며 전사들에게 ‘필승의 신념’을 안겨준 헌신의 상징”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서사는 철저히 의도된 역사 왜곡이다.
1950년 6월 25일, 김일성 정권이 기습적으로 남침하며 발발한 한국전쟁은 한반도에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남겼다. 그러나 노동신문은 전쟁의 기원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은커녕, 전쟁을 ‘위대한 수령의 담력과 지략의 산물’로 포장하고 있다.
승용차 한 대에 불멸의 업적을 투영하는 방식은, 실질적인 전쟁 책임을 흐리고 김일성을 전지전능한 존재로 신격화하는 전형적인 선전술이다. 이는 수백만 명의 사망자와 피난민, 분단이라는 비극을 초래한 전쟁의 본질을 지우는 위험한 서사다.
■ 개인숭배의 극단적 상징물
‘사연깊은 승용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김일성 우상화를 정당화하는 소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전쟁 당시 고난의 현장을 누볐다는 이 자동차에 ‘불멸의 전승업적’을 투사하는 것은 개인숭배를 강화하기 위한 상징 조작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 체제는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고통받은 인민이 아니라, 지도자의 ‘험로’와 ‘현장 지도’를 전면에 내세우며 충성심을 강요하고 있다. 민중의 피와 눈물은 희생물로 남고, 오직 ‘수령의 업적’만이 영원히 노래된다.
세계의 전쟁기념관은 대개 전쟁의 비극을 기억하고, 평화를 되새기기 위한 공간이다. 그러나 북한의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은 그 반대로, 지도자의 신격화를 위한 전시장에 불과하다. 전쟁의 교훈 대신, 전쟁을 ‘신화’로 만들고, 독재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 기념관 아닌, 기억 왜곡의 전시장
‘사연깊은 승용차’에 대한 찬양은 단순한 감상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전쟁의 참상을 미화하고, 독재권력의 정통성을 위조하는 선전 장치이다.
김일성의 승용차는 전쟁의 상징이 아니라, 억압된 역사 기억의 아이콘일 뿐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전쟁을 기억하고자 한다면, 우선 책임 있는 반성과 민중의 고통에 대한 정직한 기록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