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2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7월 4일, 김일성 사망 31주기를 맞아 열린 “녀맹일군들과 녀맹원들의 덕성이야기모임” 소식을 전하며,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이 김일성의 “불멸의 업적”을 찬양하고 “위대한 수령님의 사랑과 은정”을 회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행사는 시대착오적 숭배 의식에 불과하며, 여성 해방이라는 미명 아래 여성들을 체제 선전에 활용해 온 북한 당국의 오랜 정치적 기만을 다시금 드러내는 장면이다.
여성 해방 아닌 정치적 도구화
보도에서 언급된 “우리 녀성들을 비참한 운명에서 구원해주시고 혁명의 힘있는 력량으로 내세워주셨다”는 김선실의 발언은, 마치 김일성이 북한 여성들에게 주체적 지위를 부여한 것처럼 포장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북한 여성들은 여전히 가부장적 권위와 국가 통제 하에서 ‘당에 충성하는 어머니상’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종속되어 있으며, 사회참여의 실질적 기회는 제한되어 있다.
전쟁 영웅으로서 김일성을 찬양한 박순희의 발언 역시, 역사적 진실을 은폐한 채 김일성 유일영도체제를 미화하는 데 급급한 전형적 선전이다.
조국해방전쟁이라 불리는 6.25 전쟁은 수백만 명의 한반도 민간인을 희생시킨 참극이었으며, 그 결과로 한반도는 분단 고착화와 지속적 안보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이러한 전쟁의 책임과 고통을 외면한 찬양은 북한 정권의 도덕적 무책임을 반증한다.
세대교체 아닌 충성 재생산
또한, ‘붉은 선동원’ 리신자의 손녀인 정수림의 등장과 이야기로 행사장을 “격정에 휩싸이게 하였다”는 보도는, 체제 충성의 세대 전승이 여전히 북한 정권의 주요 관심사임을 보여준다. 개인의 자유로운 삶과 자기표현은 억제되고, 충성과 헌신의 유산만이 계승된다.
조선사회주의녀성동맹(녀맹)은 본래 여성의 권리 향상과 사회적 지위 확대를 위한 조직이어야 하지만, 실상은 권력자의 영광을 찬양하고 정치적 동원 도구로 전락한 상태다.
이번 이야기모임 역시 여성의 목소리를 가장한 정치 선전 행사에 불과하며, 여성 스스로의 삶과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이 자랑하는 “녀성의 해방”은 실체 없는 수사일 뿐이며, “덕성이야기모임”은 진정한 역사 성찰이나 여성 인권 논의가 아닌, 수령유일체제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억압적 정치 의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북한 여성의 진정한 해방은, 체제에 대한 무비판적 충성이 아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는 자유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차·일·혁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