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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3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근 ‘한평생 포전길에 계신 우리 수령님’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일성 주석의 과거 농촌 현지지도 일화를 극적으로 서술하며, 그의 "헌신"과 "고생"을 다시금 미화했다.
벼이삭을 쓰다듬으며 "백미밥"을 약속하고, 바지 가랑이를 걷고 감탕을 걸었다는 이 구구절절한 회고담은 한 사람의 인간적인 고뇌를 넘어서, 정치적 도구로서의 극단적인 개인숭배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미화는 정작 현재 북한 농민들이 처한 실상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아무리 눈물겨운 ‘전설’을 들려줘도, 식량난은 해결되지 않고 있고, 국가는 여전히 국제사회로부터 인도적 식량 원조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수령이 매번 포전에 나서 직접 지도까지 했다는 나라의 농업이 왜 자립도 못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침묵한다.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이야기가 김일성 개인의 도덕적 권위와 정치적 정통성을 강조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감자밭이든, 벼논이든, 심지어 시계를 들여다보며 물 흐름을 재는 장면까지 ‘성스러운 희생’으로 미화되지만, 이런 구술은 결국 그를 신격화하는 서사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 이는 단지 역사 왜곡에 그치지 않고, 현재 세습독재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노동신문의 이러한 서사는 농민들을 단순한 배경으로 전락시킨다. 그들은 ‘수령의 질문에 감격하는 충성된 인민’으로만 묘사될 뿐, 실제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어떤 요구를 하는지는 철저히 삭제된다.
농업의 문제는 기술과 인프라, 시장과 분배의 문제인데, 수령의 인간미와 지도방식만 반복적으로 강조되면서 실질적인 농업정책에 대한 분석이나 비판은 실종된다.
북한 당국은 언제까지 김일성의 ‘감동적인 일화’로 현재의 농업 실패를 덮으려 하는가? 언제까지 농민의 현실을 외면한 채 포전의 신화만을 되풀이할 것인가?
진정한 국가지도자의 헌신이란 전시용 감동의 언어가 아니라, 농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실질적인 제도와 조건을 개선하는 데 있다. 그리고 그 헌신은 포장된 추억이 아니라, 오늘을 바꾸는 개혁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수령의 눈물이 벼이삭에 맺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벼이삭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지금 북한 땅에 과연 몇이나 되는가?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