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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3 |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류혈참극의 종착점은 과연 어디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하며, 가자지대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비판하는 장문의 논설을 게재했다.
겉보기엔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에 대한 ‘인도주의적 분노’를 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이 글은 오히려 북한 정권의 이중성과 선전술을 낱낱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다.
이번 논평은 이스라엘의 작전이 “하마스 소탕”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민간인 대량학살과 가자지대 병탄”이라는 주장을 반복한다. 그러나 이 같은 비판은 철저히 선택적 정의감에 기반한 것이다.
하마스의 테러행위와 이스라엘 민간인 공격은 철저히 외면하면서, 오직 ‘유태복고주의자’, ‘호전광’, ‘살인마’ 등의 원색적 표현으로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매도하는 방식은 북한식 선전의 전형이다.
인도주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북한이 이스라엘을 “반인륜적 범죄자”로 규정하며 가자지대를 “지상의 지옥”이라 표현하는 동안, 정작 북한 주민들은 수십 년째 식량 부족, 정치적 탄압, 강제수용소와 같은 실질적 ‘지상의 지옥’ 속에서 살고 있다.
1990년대 대기근에서 2000년대 국경 폐쇄, 그리고 최근까지 이어지는 극심한 경제난까지, 북한 정권이 자국민을 위해 취한 실질적인 인도주의 조치는 거의 없다. 과연 그런 정권이 “식량부족과 괴멸적 기아”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북한 매체는 이스라엘이 가자지대를 “완전히 점령하고 병탄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수십 년간 내부에서 사용해온 수사구조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남한에 대해 끊임없이 ‘점령’, ‘병합’, ‘사대매국’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외세와 내부 적을 동시에 겨냥하는 식이다. 지금 이스라엘을 향한 언어폭력도, 본질적으로는 자신의 대내외 통제를 위한 선전 도구일 뿐이다.
‘인질’은 누구인가?
북한은 이스라엘이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며 전쟁을 계속한다고 주장하지만, 북한 정권 자체가 수십 년간 자국민 전체를 체제 유지를 위한 인질로 삼아온 대표적인 사례다.
수많은 납북자와 억류 외국인에 대한 정보 은폐, 정치범수용소의 존재, 가족 단위 처벌 등 북한은 그 누구보다 ‘인질 정치’의 장인이며, 그 결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가자지대의 비극은 국제사회가 외면해서도, 이스라엘이 면죄부를 받아야 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북한과 같은 독재 체제가 그 틈을 타 ‘평화’라는 언어를 오염시키는 것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평화는 이중적 잣대가 아니라, 원칙적이고 일관된 인권 존중과 평화적 해결 노력에서 출발한다.
북한이 진정 팔레스타인의 고통에 연대하고자 한다면, 먼저 자기 백성의 인권을 보장하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비난과 선전이 아니라 성찰과 변화를 통해서만 평화의 언어는 힘을 얻는다. 그날까지, 북한의 위선은 결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차·일·혁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