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독자 제공 |
러시아군이 지난 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한 야간 드론 공습을 감행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SBU)은 공격에 사용된 드론 잔해에서 중국산 부품이 발견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공습으로 인해 오데사 주재 중국 총영사관 건물이 파괴된 사실도 함께 드러나면서, 러시아-중국 간의 군사적 협력 의혹이 다시 한 번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SBU는 성명에서 “회수된 드론 부품에서 ‘쑤저우 에코데 정밀제조유한공사(Suzhou Ecod Precision Manufacturing Co., Ltd.)’라는 중국 업체 명칭이 명확히 식별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부품은 이란제 Shahed-136 드론의 사출기 발사대로, 러시아가 개조해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습의 여파로 중국 영사관 건물이 파괴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외교부 차관 안드리 시비하는 “키이우에서 발견된 Shahed-136 드론 부품이 최근에 중국에서 제조되어 러시아에 인도된 사실은 중국이 사실상 중립을 가장하며 전쟁에 간접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시비하는 또한 “러시아는 중국, 이란, 북한과 같은 국가들의 군수 협력을 등에 업고 있으며, 이제는 제3국을 전쟁터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의 기술과 공업력은 단순한 경제적 관계를 넘어 러시아의 군사적 자립 능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단순히 러시아군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란의 드론, 북한의 탄약, 중국의 부품까지 감당해야 하는 복합적 전쟁 상황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시비하는 “유럽, 중동, 인도-태평양의 안보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선이며, 이에 국제사회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그 협력국에도 강력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중국이 주장해 온 ‘중립적 태도’의 실체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중재자 이미지를 내세우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군수물자의 공급을 통해 전장을 유지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우크라이나 대외정보국에 따르면, 2025년 초 기준 러시아가 운용하는 드론 중 80% 이상이 중국산 전자 부품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사회는 이 같은 사실을 두고 중국이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에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전 세계 안보 구조가 위협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유엔과 G7 차원에서 중국산 군사 부품 수출 통제 및 제재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정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며, 관련 업체에 대한 책임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드론 부품이 단순 민간 용도인지, 혹은 의도된 군사 협력인지 여부에 따라 외교적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드론 공습은 단순한 전투를 넘어 국제 정치의 새로운 복합 충돌 양상을 보여준다. 중립을 자처하는 국가가 실제로는 어느 편에 서 있는지를 판단할 기준은 이제 더 이상 외교 수사에 있지 않다.
드론의 잔해 속 부품이 보여준 현실은, 침묵 속에서 전쟁을 돕는 손길이 결코 중립이 아님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