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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중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오늘 인도 북부 히말라야 기슭 마크로드 간지에서 자신의 90번째 생일을 맞아 평화와 자비를 기원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수천 명의 순례자들이 그의 장수를 기원하며 모인 가운데, 달라이 라마는 와인색 가운과 노란색 두건을 두르고 특유의 따뜻한 미소를 띤 채 대중을 맞이했다.
그는 “저는 그저 평범한 불교 승려일 뿐이며, 보통 생일을 요란하게 기념하지 않습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하면서도, 전날에는 “30~40년을 더 살아 더 많은 중생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생일은 단순한 축하의 자리를 넘어서 티베트 불교의 미래와 정치적 긴장을 다시금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특히 ‘달라이 라마 환생’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 주 들어 다시 한 번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었다.
달라이 라마는 생일을 앞두고 한 연설에서 “환생 제도는 영원히 지속될 것이며, 나의 후계자는 자유 세계에서 태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티베트 불교 전통을 정치적으로 통제하려는 중국 정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달라이 라마의 환생은 반드시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7월 5일 성명을 통해 “티베트인의 인권과 종교 자유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하며, 티베트인은 외부의 간섭 없이 스스로 종교 지도자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종교적 자유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중국의 간섭에 대한 견제 메시지로 해석된다.
행사에 참석한 27세의 도르제 돌마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법왕의 생신은 기쁨이자 슬픔이었다”며 “건강하셔서 기쁘지만, 나이가 드셔서 걱정도 된다”고 밝혔다. 그는 어린 시절 티베트를 떠나 인도로 망명한 티베트 난민 중 한 명이다.
달라이 라마의 환생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종교적 절차를 넘어서, 중국과 서방 국가 간의 인권과 자유를 둘러싼 상징적 충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다음 세대의 티베트 지도자가 어디에서, 누구에 의해 선택될 것인가는 티베트의 종교적 정통성과 정치적 정체성을 좌우할 핵심 사안이기 때문이다.
달라이 라마는 비록 자신을 ‘평범한 승려’라 칭하지만, 그 존재는 여전히 국제 정치와 종교 자유의 중심에서 중요한 상징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의 생일은 축하의 자리를 넘어, 티베트의 미래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긴장과 연대를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