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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6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근 사설 「당중앙의 혁명사상을 신념화하자」를 통해, 김정은의 사상을 절대 진리로 간주하고 이를 모든 일군과 당원, 인민이 “삶과 투쟁의 신조”로 삼아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구호를 넘어, 국가 전체를 하나의 사상에 예속시키는 전체주의적 동원체계를 정당화하려는 명백한 시도이다.
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표현은 “당중앙의 사상을 신념화”하라는 구호이다. 이는 곧 당의 사상을 무비판적으로 내면화하고, 그것을 삶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으라는 뜻이다. 문제는 이런 사상 절대화가 민주적 숙의와 비판적 사고를 봉쇄하고, 결과적으로는 정책 실패와 비효율을 낳는 구조를 고착화한다는 점이다.
과거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한 중요한 원인은 바로 ‘수령의 사상이 진리’라는 신념의 강요에 있었다. 일방향적인 정치교육은 다양한 의견의 교환을 막고, 오판과 착오를 바로잡을 수 없게 만들었다. 북한이 여전히 “눈뜬 소경이 되지 않으려면 당의 정책을 학습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비판과 자율적 사고를 통제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 ‘혁명사상 신념화’의 경제적 결과는 파국이다
노동신문은 당의 사상을 절대화할 때 “기적적 사변과 창조의 눈부신 실체가”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현재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과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주민들은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상원세멘트련합기업소의 “기적적 증산”을 예로 들며 충성 경쟁을 부추기고 있지만, 이는 체계적 산업 발전의 결과가 아니라 인민을 닦달하여 착취한 성과에 불과하다.
‘사상 전쟁’을 우선시하는 북한 체제는 객관적 자료 분석, 과학기술의 합리적 도입, 시장 메커니즘 활용 등 현대적인 발전 전략을 거부한다. 이 모든 것은 “당정책에 정통한 자”만이 올바른 해답을 갖는다는 이념적 독단에 의해 차단되고 있다.
노동신문은 이 사설에서 김정은의 사상이 “백승의 기치”이며 “모든 문제를 당의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는 정치적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반복한다. 이 같은 구호는 사회 전반에 ‘충성 경쟁’만을 남기고, 무능과 부패는 오히려 조장한다. 실제로 북한 내 수많은 형식주의, 허위보고, 공허한 선전은 이러한 “혁명사상 신념화”라는 논리가 낳은 부작용이다.
국가발전을 위한 정책은 실증에 근거한 평가와 조정의 과정을 요구한다. 그러나 ‘김정은 사상의 유일절대화’는 그 어떤 실패도 내부적으로 점검하거나 수정할 수 없게 만든다. “형식주의”나 “무책임성”을 비판하는 그들의 언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체제의 본질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 혁명의 이름으로 사고를 봉쇄하지 말라
‘당중앙의 혁명사상 신념화’는 더 이상 인민을 동원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북한이 진정으로 국가 발전과 인민 복지를 원한다면, 당의 사상에 절대성을 부여하기보다는 다양한 의견과 경험을 존중하는 다원적 질서로 나아가야 한다.
사상은 지도자 개인의 유일한 영감이 아니라, 현실과의 끊임없는 대화 속에서 다듬어지는 것임을 북한 당국은 인식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당의 사상 신념화’가 아니라, 실패한 정책을 되짚어보고 책임을 묻는 민주적 성찰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