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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내정보총국(DGSI)이 최근 자국 내에 은밀히 설치된 중국의 비인가 ‘경찰 기지’ 9곳을 폐쇄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들 조직은 교민을 감시·협박하거나, 반체제 인사를 강제 송환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프랑스 사회 곳곳에 침투한 중국 공산당의 해외 통제망 실태를 드러내며 충격을 주고 있다.
프랑스 주간지 챌린지스(Challenges)의 보도에 따르면, DGSI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관련 조직의 존재를 파악하고 단계적으로 폐쇄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프랑스 당국은 단순한 폐쇄에 그치지 않고, 여전히 지역 커뮤니티 내에 잠복 중인 중국 간첩과 중개 네트워크에 대한 감시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락소’ 위장한 해외 공안 연장선
이른바 ‘경찰 기지’로 불린 이 조직들은 공식적으로는 문화 협회, 친목단체, 경제교류기구 등으로 위장되어 있었으며, 중국 공안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었다.
프랑스 당국은 이들이 중국 공안부 산하의 비공식 해외 ‘연장선’으로 기능해왔으며, 특히 해외 화교사회를 통해 반체제 인사의 신상정보를 수집하거나 귀국 압력을 가한 정황을 다수 확보했다.
이러한 활동은 국제법적으로 인정되는 양자 간 경찰 협력의 틀을 벗어났을 뿐 아니라, 프랑스의 주권을 명백히 침해한 것으로 간주된다.
DGSI는 해당 조직이 “공공 서비스의 외형을 띠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탄압 활동에 종속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반체제 인사 강제 송환 정황… 국제사회 경고도 무시
이번 사건의 촉매제가 된 것은 2022년 11월에 발생한 중국 반체제 인사 링화잔의 프랑스 내 강제 송환 사건이었다.
당시 링은 프랑스에서 망명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중국 공안의 지시를 받은 이들이 여권 반환을 미끼로 그를 파리 샤를 드골 공항으로 유인했고, 중국남방항공 항공편으로 귀국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장면은 프랑스 TV2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프랑스 사회와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따라 집권당 ‘르네상스’ 소속 콘스탄스 르그립 의원은 프랑스 내 중국 경찰서의 활동 실태에 대해 내무부에 공식 서면 질의를 제출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뒤늦게 DGSI의 정보 분석과 감찰 결과를 정리해 답변서를 제출했으며, 이는 지난 7월 3일 프랑스 언론에 의해 단독 공개됐다.
이번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정보당국은 2023년 말, 중국 대사관 및 공안부 측에 정식 외교 경고를 전달했다.
중국 공안부 소속 대표 1명과 주프랑스 대사관 외교관 2명이 DGSI에 소환되어, 프랑스 측은 “모든 외교 및 협력 활동은 양국 합의된 틀 내에서만 진행되어야 하며, 프랑스 내 자체적 정보 네트워크 구축은 용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정보국의 압박 이후, 중국 측은 해당 비공식 기지들의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DGSI는 이와 같은 형태의 감시 활동이 단절되었다고 단정짓지 않고, “여전히 협회나 민간 커뮤니티를 통한 간접 감시 및 여론 통제 시도가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 “화교사회 통제는 중국 공산당의 체계적 전략”
한편, 국제 NGO ‘보호 수호자’는 이미 2022년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가 전 세계 5대륙에 100개가 넘는 비인가 경찰서 또는 정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들은 화교사회를 ‘중화민족의 연장선’으로 간주하는 베이징 당국의 전방위적 통제 전략의 일환이며, 향후 유럽 내에서도 이러한 활동은 보다 정교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번 사건을 통해 “해외 거주 화교가 어느 나라에 살든 여전히 중국의 통제 대상이라는 중국의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이러한 관점 자체가 프랑스의 헌법 질서와 국민통합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앞으로도 외국 정보기관의 자국 내 비인가 활동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방침이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