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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8 |
북한 노동당 기관자 노동신문은 최근 "[모두다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12차전원회의 결정관철에로!] 재해성이상기후에 주동적으로 대처해나가자"는 기사를 통해, 심각한 이상기후에 대응하기 위한 '만단의 준비'와 '정신력 총동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접근은 기후위기 대응의 본질을 왜곡하고, 과학적·제도적 대응책이 부재한 현실을 정치선전으로 덮으려는 위험한 시도에 불과하다.
북한의 기사는 폭염, 가뭄, 폭우, 돌풍, 해일 등 이상기후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도, 그 해법으로 ‘대중의 정신력’과 ‘정치사업’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재난에 대비하려면 과학기술 기반의 예측과 대응 체계, 신속한 정보 전달, 재난대피 인프라, 피해 복구 자원 확보 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기사에서는 이러한 구체적 대응전략은 전무하고, “정신력”과 “군중공작방법”이라는 선전구호만이 넘쳐난다.
이는 곧 “기후위기도 당의 사상전”이라는 인식의 반복이다. 마치 자연재해조차도 김정은 총비서의 영도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동시에, 재난 대응 실패의 책임을 주민이나 일선 간부의 “만성적인 일본새(근무태도)”로 전가하고 있다.
과학적 대책 없는 위기 ‘각오’
기사에 따르면 일부 간부들이 "요령주의"에 빠져 있고, “긴박한 현실에 둔감”하다고 비판하면서 “사상관점의 교정”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작 왜 그런 무능과 요령주의가 구조적으로 반복되는지에 대한 근본적 분석은 외면한 채, 모든 문제를 간부 개인의 충성심과 태도 문제로 돌리는 전형적인 희생양 만들기에 가깝다.
기후위기의 실체는 자연 현상이 아닌 사회적 재난이다. 제대로 된 기후 모델과 데이터 확보, 대응 시나리오 수립, 국제 협력 체계 등이 구축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체제 특성상 외부 정보 유입이 제한되며, 주민들에게 이상기후 정보조차 실시간으로 제공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처럼 구조적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아무리 “각오”를 다지고 “정치사업”을 벌여도 주민의 생명과 생계를 보호하기는 어렵다.
북한은 매년 반복되는 수해와 가뭄, 태풍 피해 속에서도 철저히 재난 피해 통계를 은폐하거나 축소한다. 한편, 자연재해를 김정은의 지도력 홍보의 기회로 삼기도 한다. 홍수 피해를 “현지지도”와 “애민정신”의 무대로 연출하며, 복구 과정도 '충성의 결의대회'로 포장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많은 농민들이 생계 기반을 잃고, 주민들은 제대로 된 이재민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그 와중에도 당국은 주민들에게 “하늘이 제아무리 변덕을 부려도 증산투쟁은 멈춰선 안 된다”며, 피해 상황 속에서도 생산과 충성을 동시에 요구한다. 이런 기조는 결국 자연재해조차도 '사회주의 위업의 시험대'로 간주하는 왜곡된 사고를 드러낸다.
기후위기를 체제위기와 동일시하지 말아야
기후위기는 정치선전이 아닌 실질적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재해성이상기후에 대비하겠다면, 첫째 과학적 정보 공유와 조기경보 시스템을 정비하고, 둘째 투명한 재난통계 공개 및 주민 참여형 복구 시스템을 마련하며, 셋째 국제 사회와의 기술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기후위기조차도 지도자의 혁명적 의지로 돌파할 수 있다”는 구시대적 발상에 머무른다면, 자연의 광란보다 더 위험한 것은 바로 그 체제의 아집일 것이다.
주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정치선전은 어떤 비상대책보다도 무책임하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