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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20 |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7월 12일 보도한 “\[북한 돋보기] 세계지질공원 백두산지구(2)”는 백두산 부근의 봉우리 ‘정일봉’을 자연지리학적, 지질학적 가치가 있는 유적지로 소개하면서 이를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지질 유산이라 주장했다.
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해당 봉우리가 원래 ‘장수봉’이라는 이름이었으나, 김일성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김정일의 출생지라는 이유로 ‘정일봉’으로 개명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명명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북한 정권이 자연지리조차 김씨 일가의 신격화 도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북한은 이미 백두산을 "혁명의 성산"으로 미화하며 김일성과 김정일, 나아가 김정은의 정통성을 신화화해왔다. 백두산 일대는 그들의 출생지, 혁명 근거지, 영웅 서사시의 무대로 끊임없이 재해석되었고, 이번 ‘정일봉’ 기사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지질학적 설명을 덧붙인 기사 형식은 언뜻 과학적 탐사 보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김정일의 존재와 결부된 '신성한 땅'이라는 이미지를 조작하기 위한 포장에 불과하다.
심지어 용암탑의 구조와 형성 과정을 설명하는 가운데에서도 “백두산 밀영 고향집에서부터 200m”라는 거리 정보를 굳이 덧붙이며 김정일과의 연관성을 강조한다. 이는 과학을 정권 미화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북한 특유의 정치선전 기법이다.
특히 '국제적으로 드문 화도체', '국제적 의의를 가지는 지질유적'이라는 표현은 검증 불가능한 주장을 통해 세계적 권위를 빌려 정권의 신화를 부풀리려는 전형적인 북한식 수사다.
실제로 북한의 지질학적 연구가 국제학계에서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며, 해당 지역이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 과학적 가치를 정치적 선전에 동원하는 것은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정일봉이 과연 “세계적으로도 드문 지질 유산”인지 여부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북한이 이처럼 자연유산까지 정권 선전과 우상화의 도구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씨 일가의 이름을 딴 지형물과 그에 부여된 허구적 전설은 주민들에게 과학적 사고를 차단하고, 정치적 충성심을 주입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과학은 객관성과 검증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 과학은 신화의 일부로 흡수되고 있으며, 백두산과 같은 천연지형조차 권력자의 이름으로 다시 쓰여진다.
‘정일봉’이라는 명칭은 지질학의 언어를 빌린 정치선전의 상징에 불과하다.
강·동·현 <취재기자>